"미국 커싱지역 원유탱크, 내달이면 가득 차"
[뉴스핌=노종빈 기자] 미국에서 생산된 원유의 저장시설이 부족해 유가가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현재 미국 내 원유 재고물량은 대부분 미국 오클라호마주 커싱의 저장고에 저장되는데 원유공급량은 지난주 80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 "미국 커싱지역 원유보관 탱크, 내달이면 가득"
미국 현지 에너지정보청(EIA) 등의 자료에 따르면 최근 7주 동안 미국내 원유생산량은 매주 100만배럴 이상의 원유를 생산해왔고 이로 인해 원유재고가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
원유재고가 급증하면 잉여 생산량은 원유저장 탱크에 보관되는데 생산량이 급증하면 원유 탱크가 가득차게 된다.
미국내 생산 원유의 집합지인 오클라호마주 커싱시 인근의 한 원유 저장탱크의 모습. <사진: AP/뉴시스> |
시장분석업체인 젠스케이프에 따르면 커싱 지역 원유 저장탱크는 현재 3분의 2가 차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힐러리 스티븐슨 젠스케이프 연구원은 "원유 재고가 가장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이대로면 오는 4월 중순이면 더 이상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이 없게 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 씨티그룹 모스 "배럴당 20달러까지 급락 가능"
에드 모스 씨티그룹 상품리서치 부문 대표는 "현재 미국 내 원유저장 시설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유가가 지금의 배럴당 50달러 수준에서 배럴당 20달러선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 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20달러까지 떨어질 경우 원유 생산업체들로서는 최악의 위기 상황이 될 전망이다.
미국의 원유 수출은 법으로 제한돼 있어 남아도는 원유의 해외 수출도 어려운 상황이다. 계절적 비수기가 시작되는 3월부터는 원유와 휘발유 소비가 점차 줄어들 수 있어 가격 하락요인으로 작용될 수 있다.
매년 3월과 4월은 에너지 수요가 가장 크게 감소하는 시점이라 대부분의 정유사들은 생산설비 가동을 크게 줄이거나 정비에 나선다.
미국의 한달 휘발유 평균가격은 갤런당 2.44달러 수준으로 지난해에 비해 1.02달러 떨어졌으나 지난달에 비해서는 약 0.37달러 상승한 수준이다.
전문가들도 원유 가격이 배럴당 20달러까지 급락하지는 않더라도 추가적으로 하락할 수 있다는 관측에 동의하고 있다.
◆ 현재 원유 가격 저평가…차익거래 가능성 부각
미국 원유 공급량은 지속적인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원유 생산업체들이 추가적인 생산계획을 미루고 있긴 하지만 올해까지는 공급량이 크게 줄어들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일부 원유 투자자들은 자금을 동원해서 원유를 사들이고 있다. 현재 가격과 미래 가격 간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예컨대 현재 WTI 원유 4월물 가격이 배럴당 50달러대 초반이라면 올해 말인 12월 인도분은 배럴당 59달러선에 형성돼 있다.
따라서 약 9개월 정도만 원유를 어디에든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으면 보관 비용을 제외할 경우 약 18%에 가까운 높은 차익을 거둘 수 있게 된다.
미국내 생산 원유의 대부분의 집산지는 오클라호마 커싱으로 대규모 송유관들의 교차점이 형성돼 있다. 미국 에너지부 자료에 따르면 커싱 지역의 원유 저장 용량은 이론적으로는 8500만배럴에 이른다.
◆ "저장공간 부족으로 가격급락 어렵다" 반론도 제기
아직까지 원유 저장 공간이 부족해 가격이 급락할 것이라는 주장은 불명확하다는 반론도 있다.
즉 미국 남부 텍사스주 휴스턴의 원유 터미널 기지에도 저장 공간이 남아 있다. 루이지애나 등 원유 생산지 인근 다양한 저장고에도 원유를 저장할 수 있다.
유가가 더 떨어지면 원유의 운송비용을 감안하고도 보관료 부담이 낮은 지역에 원유를 저장할 수도 있다. 여기에 국제유가 급락에 따라 생산업체들의 공급량도 점차 줄어들 전망이다. 반면 원유 수요 자체는 상승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 에너지청은 지난주 원유 재고량이 1주일만에 840만배럴 늘어났다고 발표했지만 같은 기간 정유사들의 휘발유와 디젤유 공급량은 예상보다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조만간 정유사들의 원유 처리가 다시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계절적 비수기인 봄을 지나 여름으로 접근할수록 이 같은 불균형 현상은 점차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