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 사외이사 금융 출신 '0명'
[뉴스핌=한기진 기자] ‘금융전문가가 한 명도 없는 사외이사진.’
지난달 26일 대구광역시 수성구 대구은행 본점 9층 회의실. 이날 열린 대구은행 이사회에서는 오는 19일 개최될 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릴 사외이사 선임 건이 결정됐다. 주총에는 이날 자리에 앉아 보고를 받고 의결한 사외이사 5명 가운데 2명의 재신임 안건과 1명의 신규 선임에 대한 표결이 있을 예정이다. DGB금융지주가 지분 100%를 갖고 있기 때문에 사외이사들이 자신의 진퇴(進退)에 대한 결정을 한 것이다.
이날 대구은행 이사회가 결정한 안건은 이번 주총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 전원을 연임시켜 달라는 것이었다. 1명은 5년 임기가 끝나 교체해야 했다.
사외이사 면면을 보면 법조인이 2명, 대학교수 2명, 원자력발전 전문가 1명으로 금융전문가는 없다. 새로 선임된 구욱서 법무법인 다래 고문변호사나 석왕기 전국지방변호사회장협의회 회장은 법조인이고, 김진탁 계명대학교 명예교수와 서인덕 영남대학교 명예교수가 학계 출신이다. 홍장희 사외이사는 서울대 원자력공학과를 나와 한국수력원자력 발전본부장, 한국원자력안전기술기준연구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한 원자력발전 전문가다.
DGB금융지주에도 전문성이 모호한 인사가 있다. 총무처와 내무부 장관을 지낸 조해녕 전 대구광역시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면서, 사외이사 후보 추천위원회는 '재무전문가'라고 공시에서 밝혔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말 마련한 사외이사 자격요건(지배구조 모범규준 제16조)에는 금융, 경제, 경영, 회계, 법률 등 관련분야 전문가만 해당하는데, 대구은행 사외이사에는 금융업 현장 전문가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A 금융지주사 준법감시인은 “최근 금융지주사 지배구조의 특징은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를 영입하기 위해 물갈이도 많이 이뤄졌고 인재 풀(pool)도 확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구은행 관계자는 “사외이사는 다양한 경험을 가진 분을 영입하는 것으로 원자력발전에 전문가가 있는 것도 대구, 경북 지역에 발전산업이 많아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구욱서 변호사는 3월 주총서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 예정) |
DGB금융지주는 이번 주총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 전원을 연임시켜 달라는 안건을 올렸다. 사외이사 5명 중 3명의 임기가 끝났지만, 5년 임기가 끝난 1명을 제외하고 전원 연임시켜 달라는 것이다.
연임 대상은 이정도 경북대 명예교수와 이지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인데, 주총서 안건이 통과되면 이들은 임기 5년을 채우게 된다. 지난해 재선임된 김쌍수 전 한국전력 사장도 사외이사 4년째다. 임기 3년인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보다 더 길게 자리를 지키는 셈이다.
DGB금융지주와 대구은행의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금융권이 사외이사 대규모 물갈이를 하며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금융위는 금융회사 사외이사들이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지만, 거수기 역할만 하면서 지배구조를 흔들고 있다고 보고 대수술을 감행했다. 지난해 말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내놓고 사외이사의 전문성과 성과평가를 명확하게 하도록 요구했다. 사외이사 재선임 시 임기를 1년 단위로 하고 선임 이유에 대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보고서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금융지주사(KB금융, 하나금융, NH농협금융지주, 우리은행) 등은 교수출신 사외이사를 14명에서 8명으로 줄였다.
또 경쟁사나 한국은행 등에서 일했던 전문가 영입도 늘렸다. KB금융은 최영휘 전 신한금융 사장과 신한은행 이사회 의장을 지낸 박재하 아시아개발은행연구소 부소장을, 하나금융은 이진국 전 신한금융투자 부사장과 양원근 전 KB금융 부사장 등 경쟁사 출신 인사를 모셨다.
금융위 관계자는 “권한만 있고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사외이사의 자기 권력화를 차단하고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 모범규준의 취지다”라고 말했다.
DGB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은 우리아비바생명 인수 등 중요 안건이 많았던 2014년 이사회에서 모든 사안에 대해 100% 찬성표를 던졌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