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소득층 세부담 해소"…'중산층 증세'는 그대로
[뉴스핌=함지현 최영수 기자] 2013년 세법개정 이후 정부의 얘기과 달리 연봉 5500만원 이하 중·저소득 근로자의 세 부담이 늘었다. 이에 '유리지갑'들의 분노가 들끓어오르자 정부와 여당은 부랴부랴 보완책을 내놓았다.
정부는 이번 보완책으로 인해 연봉 5500만원 이하 중·저소득 근로자 513만명의 세부담이 약 3678억원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세부담이 늘었던 5500만원 이하 근로자 205만명 중 98.5%에 달하는 202만명 이 혜택을 볼 것이라는 관측이다.
보완책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이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되면 5월 중 재정산과 추가 환급이 이뤄질 예정이다.
하지만 연봉 5500만원을 초과하는 '중산층' 근로자들의 세 부담 증가는 그대로 였다. 자영업들과의 과세 형평성, 대기업 및 부자들의 세부담 감소 등과 비교하면 손쉬운 월급쟁이들의 주머니만 털었다는 지적은 계속된다.
기획재정부가 7일 발표한 연말정산 보완대책에는 ▲연금저축세액공제율 인상 ▲근로소득세액공제 확대 ▲표준세액공제 인상 ▲자녀세액공제 확대 등이 담겼다.
이를 통해 총 541만명 중 4227억원의 세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1인당 평균 8만원이 경감되는 꼴이다.
◆ 보완대책에 담긴 방안은▲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두번째)과 원유철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이 7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에 앞서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제공=기획재정부)
급여 5500만원 이하 근로자를 대상으로 연금저축 세액공제율을 현재 12%에서 15%로 인상한다. 현재 최대 48만원이던 공제액이 최대 60만원으로 12만원 늘어난다.
근로소득세액공제는 이미 산출된 세금에 대해 일정비율로 차감해주는 제도다. 기존에는 세액이 50만원 이하에 55%, 50만원 초과 부분에 30%를 공제해줬다.
하지만 이번 보완책에는 세액 130만원 이하에 55%, 130만원 초과 부분에 30%를 공제하는 방향으로 확대됐다. 또한 한도도 기존 5500만원 이하 66만원, 7000만원 이하 63만원, 7000만원 초과 50만원이던 것에 3300만원 이하 74만원, 4300만원 이하 74만~66만원 항목을 추가했다.
표준세액공제는 건보료나 의료비·교육비 등 공제대상 지출이 거의 없는 1인 가구 근로자를 위한 것이다. 현재 12만원 세액공제에서 13만원으로 1만원 인상한다.
자녀세액공제는 현재 자녀 2명까지는 1인당 15만원을 공제해줬다. 이번에 여기에 더해 3자녀부터는 1명당 30만원을 공제해 주기로 했다. 또 6세이하 2자녀부터는 15만원을 추가로 공제해주고, 출산·입양자녀는 1명당 30만원을 공제하는 것도 새로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원천징수제도도 근로자가 직접 세액을 선택할 수 있도록 바뀐다. 많이 내고 많이 돌려받을지, 적게 내고 적게 돌려받을지를 선택하도록 하는 것.
기존에는 매월 급여를 받을 때 일률적인 간이세액표에 따라 세액을 원천징수했다. 때문에 다양한 가구별 특성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간이세액표 산정방식을 80%·100%·120%로 나눠 근로자가 가구별 특성에 맞게 직접 고를 수 있도록 바꾼다. 정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을 4월 임시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소급적용을 결정하면 5월 중 재정산을 실시해 5월부터 환급액이 지급된다.
◆ "세 부담 없다더니"…보완책 5500만원 이하에 편중
하지만 연말정산 보완책이 오히려 세부담이 없다는 '연봉 5500만원 이하'에만 편중되면서 중산층의 분노가 잦아들지 의문이다.
연초 연말정산 파동은 정부가 대기업과 부자들의 세금은 깎아주는 반면 중산층 월급쟁이들의 유리지갑을 털어가는 방식으로 세수 확대를 추진한 데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부족한 세원을 중산층 월급쟁이 증세를 통해 충당하려던 것에 대한 반발이었음에도 정부는 이번에도 '소득재분배'를 이유로 외면했다.
자영업자들과 근로소득자 간의 세부담 형평성을 개선하지 않은 채 손쉬운 유리지갑만 털어 소득재분배한다는 지적이다.
(자료: 기획재정부) |
문창용 실장은 "우리나라 소득세제는 각종 비과세 및 공제 제도가 많고 규모도 커서 과세기반이 취약하고 소득재분배 효과가 미약했다"면서 "이번 세액공제 전환을 통해 소득재분배 기능이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함지현 최영수 기자 (jihyun03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