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영기 기자] 롯데케미칼에 대한 증권가와 신용평가기관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호실적을 이유로 목표주가를 줄줄이 상향조정하는 반면 신용평가기관은 현금흐름 등 재무적인 부담과 중장기 석유화학업황에 대한 전망을 불확실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에 대한 목표주가 컨센서스는 30만3571원으로 직전의 26만95원에 비해 무려 16.72%가 높아졌다.
대신증권과 KTB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지난 29일을 전후로 증권사들이 내놓은 롯데케미칼 목표주가는 20만원중반대에서 30만원 중반대다. 목표주가를 상향조정한 증권사는 15곳에 이른다.
이유는 지난 1분기 실적이 예상을 상회하는 호실적이고 이런 추세가 2분기에도 이어진다고 봤기 때문이다. 손지우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1분기 실적호조와 2분기로 이어지는 모멘텀을 고려해 추정치를 전반적으로 상향조정하며 목표주가도 23만원에서 30만원으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28일 나이스신용평가는 롯데케미칼의 등급전망을 기존의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으로 낮췄다.
이유는 지난 3년간의 영업수익성과 재무안정성이 과거에 비해 낮아진 가운데 연초이후 수익성 개선이 가시회되고 있지만 예정된 대규모 투자가 현금흐름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재무구조 개선이 지연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
최중기 나이스신평 평가전문위원은 "올해 1분기 올레핀 계열이 합성수지 중심으로 마진(스프레드)이 좋아져 수익성 개선에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산업경기의 전반적인 회복과 수익 지속 여부가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
향후 1분기를 포함한 3년평균 연결 EBITDA(영업이익 + 고정자산 감가상각비) 마진율이 7%를 하회하거나 순차입금/EBITDA이 1배 이상인 경향이 지속되면 등급하향을 고려한다는 것이 나이스신평의 입장이다.
반면 수익성이 개선돼 EBITDA/금융비용이 20배 전후를 중심으로 올라가면 등급전망을 원상으로 되돌리는 것을 고려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단기적으로 리바운드하지만 장기적으로 과거 호황만큼 가느냐가 관건. 롯데케미칼의 지난 2010~2011년 실적을 보면 EBITDA마진률은 12.5%와 11.8%로 나이스신평이 제시한 임계치 7%를 훨씬 상회한다.
2013~2014년은 각각 6.0%와 5.7%로 3년 평균 7%를 맞추기 위해서는 올해 마진률은 9.3%를 넘겨야 한다. 증권사들의 추정치를 보면 이 수준이 넘어가지만 신용평가사로서는 매 분기가 경과하면서 그 결과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최 전문위원은 "롯데케미칼의 평년의 자본적지출은 5000억원 수준이지만 올해부터 향후 3~4년간은 북미의 세일가스 설비 합작투자 등을 포함해 매년 8000억원 이상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면서 "현금흐름상 EBITDA는 줄고 투자가 늘어나면 차입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같은 모니터링 조건을 내세웠다"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과거 3년간 롯데케미칼은 EBITDA수준이 좋지 않았고 업종 싸이클도 3년정도로 보면 올해 EBITDA가 지난 2013년이나 2014년보다는 늘어나겠지만 과거 호황기만큼 갈 수 있는지와 투자규모도 더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현금흐름이 개선될 가능성도 높지 않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그는 "등급이 한단계 떨어지더라도 AA0/안정적이기 때문에 여전히 우량한 신용도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목표주가와 신용도의 흐름이 엇박자이지만 주가가 영향을 받는 민감한 구간의 신용등급이 아니란 풀이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대형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AA등급은 비교적 양호한 신용도라서 주가에 영향은 거의 미치지 못하고 있다"면서 "중장기적인 신용도 측면과 단기 모멘텀을 중시하는 주식쪽의 방향이 이렇게 엇갈리는 것은 이해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