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위원장 인터뷰
[뉴스핌=추연숙 기자] 시골 농가에서 5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난 소년은 초등학교 시절 음악과 미술과목이 무척 싫었다. 크레파스와 도화지, 리코더 등 수업에 필요한 준비물을 챙겨가기 어려울 정도로 집안이 가난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때는 오랜 남편 병수발과 가난을 견디기 어려워 자살을 시도하려던 어머니를 부둥켜 안고 한참을 운 적도 있다. 그런 소년은 집 근처 강변에 나가 소리지르고, 노래를 부르며 마음을 달랬다.
어린 시절의 고난은 소년을 강하게 단련시켰다.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타고난 부지런함에 어떠한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는 강인함을 더한 소년은 자라 국내 굴지 대기업 최연소 CEO에 올랐다. 지금은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고민을 해결하고, 꿈을 키워주는 ‘청년 대통령’으로 일하고 있다.
우리 어버이 세대를 연상시키는 이 인생스토리의 주인공은 신용한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 위원장(46)이다. 대기업 CEO 출신인 신 위원장은 작년 10월 청년위원회 2기 위원장으로 취임, 약 반 년간 청년위원회를 이끌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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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신용한 위원장(장관급)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서울 광화문 KT사옥에 위치한 청년위원회 사무실에서 최근 신 위원장을 만나 청년문제의 본질과 해법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그는 "청년 문제의 가장핵심, 발등에 떨어진 불은 취업문제로, 대학교육의 문제부터, 취업, 결혼까지 시리즈로 이어진다”고 요즘 청년들이 처한 현실을 진단했다.
이어 “청년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 잘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며 “부모님 세대와 청년세대가 함께 인식 전환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실업의 문제가 단지 청년 본인들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문제임을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인식하고, 청년문제 해결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는 설명이다.
신 위원장은 청년 실업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으로 ▲대중소기업간 임금격차 해소 ▲청년들이 원하는 질 좋은 일자리 창출 ▲직무역량 중심의 맞춤형 교육 등을 제시했다.
그는 “등록금과 주거 등 청년문제는 사회구조상 부모님 문제다. 취업 못하면 캥거루처럼 부모 품에 데리고 살아야 하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며 “청년문제는 곧 부모님 문제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대타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년들에게는 대기업 입사에만 목 맬 것이 아니라 창업에도 관심을 가져 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최근 많은 청년들이 이미 죽어있는 상권에 들어가서 상권자체를 새로운 개념으로 살려내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며 “청년들이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창업을 준비할 수 있도록 정책적ㆍ제도적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스타트업(창업 초기기업)과 벤처 업계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인물이다. 위원장직을 맡기 전에는 매년 두 차례 사재를 털어 청년들과 함께 멘토링 캠프를 통해 만나왔다. 지난 10년간 인연을 맺은 청년 창업가 등이 1000여명에 달한다.
그는 34세의 젊은 나이에 대기업인 극동유화 최연소 사장에 오른 신화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대담=김홍군 산업부장, 정리 = 추연숙 기자
◆청년위원회는 어떤 일을 하나
저 슬로건을 봐 달라.(벽면에 붙어 있는 ‘청년이 원해~ 청년위원회’라는 슬로건을 가리키며) 청년위는 대표적으로 일자리, 취업, 창업, 청년 복지(인재양성, 등록금, 주거) 등의 문제에 대해 청년들과 쌍방향소통을 한다. 청년들이 정부정책에 대해 잘 모르면 알려주고, 모니터링도 하고, 청년들의 목소리를 정부 각 부처에 알리기도 한다. 하다 안되면 대통령에게 보고해서 해결 방편을 취하는 등 쌍방향 소통이 우리의 역할이다.
영속성 있는 집행기능은 없다. 위원회로서 사회에 어느 방향으로 가는 게 옳겠다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잘 담아서 방향성을 설정하는 게 청년위원회의 일이라고 본다.
각종 이벤트라든지 감성적 접촉을 하려는 게 아니다. 청년들 발등에 불로 떨어진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시간이 지나고 다 쇼라고 하지 않겠나. 소통 중에서 최고의 소통은 ‘정책적 소통’이다.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것이 소통이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청년 문제는
청년 문제에서 가장 핵심은 일자리, 취업 문제다. 취업 문제는 대학 교육부터 결혼 문제까지 이어진다. 지금 만 23.5세에 대한민국 청년이 처음 취업한다. 5년 사이에 1년이 뒤로 늘어났다. 공무원은 만 27.8세가 됐다. 남녀 평균에, 만 나이니까 한국 나이로는 진짜 늦다. 결국 돈을 늦게 벌고, 출산이 늦어지고 연쇄적으로 사회문제화 된다.
궁극적으로는 부모님 연금 문제와도 직결되기까지 한다. 이 사회현상을 해결할 첫 단초가 일자리·취업 문제다.
◆청년 실업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현장에서 어르신들을 만나보면, 요즘 애들이 어렵고 험한 일 안 하려고 한다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 그 말씀이 다 틀렸다고 볼 순 없다. 하지만 청년 개개인에게 물어보면, 도전정신이 없어서, 소위 (정신이) '빠져서' 일자리 못 구했다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사회문화가 많이 바뀌었다. 요즘 청년들은 진짜로 좋아하고 선호하는 게 아니면 하지 않는 문화다. 예를 들어, 태어날 때부터 비데 쓰던 친구들에게 군대 가서 푸세식 쓰라고 하면 익숙하지 않은 것 아니냐.
물리적으로 100세 시대라는 것도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다들 건강하게 길게 가다 보니 청년 일자리에 있어 실질적으로 세대 간 충돌이 있을 수밖에 없다.
◆ 청년 실업 문제, 어떻게 풀어야 하나
첫 번째로, 대기업과 중견ㆍ중소기업 간 처우 차이를 좁혀야 한다. 뭐니 뭐니 해도 '머니' 차이다. 현장에서 청년들에게 어느 정도로 격차가 좁혀지면 중견, 중소기업에 자신 있게 지원 하겠느냐고 물었다. 연봉, 복지, 처우 등에서 대기업의 약 75%정도 된다면 할 수 있다고 많이들 말하더라.
노사정위원회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사정 사회적 대타협을 위해 노력해주시고 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경직성 타협해주겠다고 했다. 우선 협상 5개 중 3개를 먼저 타협해주겠다고 했다.
두 번째 대책은,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질 좋은 서비스 일자리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지난 1월 국회에서 크루즈법이 통과됐다. 약 29개 서비스업 관련 법안이 올라와 있었는데, 지금 11개 남아 있다. 첨예한 것 외에 7개 정도는 앞으로 통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셋째로 인재 양성 차원에서, 앞으로는 산업 수요에 맞는 맞춤형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직무 역량 중심의 교육으로 인재 양성이 돼야 한다.
◆ 노동구조 문제, 일자리 양극화 문제 등은 많이 나온 얘기다. 왜 해결이 안되는 건가
아직도 많은 부분에서, 부모님 세대와 청년 세대에 기존 문화가 있어 쉽게 빨리 변하진 못하는 것 같다. 부모님 세대에 부탁을 드리면, 반드시 부모님이 바뀌어야 청년이 바뀐다고 생각한다. 부모님들의 기대를 많은 청년들이 알고 있다. "니 친구는 S그룹에 갔다는데 너는?" 이런 말이 나오기 때문이다. 과감하게 이런 문화를 탈피해서 청년 본인이 진짜 원하고 할 수 있는 것. 부모님 세대가 인식 전환을 해줘야 한다.
전반적으로 청년문제라는 게 비단 대한민국만의 현실은 아니지만, 범위 폭도 넓고, 각 분야별로 너무나 산발적으로 많이 흩어져있다.
청년 문제를 하나씩 살펴보자. 등록금? 우리 사회 구조상 결국 부모님 문제가 된다. 주거? 78.9%가 부모님께 의지하고 있다. 취업? 취업 못하면 캥거루처럼 부모 품에 데리고 살아야 하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그렇다 보니 청년문제는 곧 부모님 문제가 된다. 그런 차원에서 사회 대타협이 필요하다는 것을 사회에 호소하고 싶다.
◆ 청년위 취임 이후, 취업 시장에서 일어난 변화를 소개한다면
기업들이 스펙 중심에서 직무 역량 중심 채용으로 뽑기 시작했다. 청년들에게 자신 있게 말씀 드릴 수 있다. 소위 ‘느그아버지 뭐하시노’로 대변되는 본적, 가족 정보 등 받지 않게 해달라고, 대통령께 청년위에서 직접 건의드렸다. 빨간 줄 쫙쫙 쳐서 보고드리면서 이런 것들이 우리 사회에서 없어지고 변화해야 한다 말씀드렸다.
별거 아닌 거 같지만 관행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항공사들이 승무원 뽑을 때 사진첨부 칸 없앴다. 지난 1월에 30대 그룹 기업 임원분들을 다 모시고 간곡히 호소드렸다. 청년위에서 많은 기업들과 스펙 초월 채용 관련 MOU를 2013년부터 해서 작년까지 맺어왔다.
◆ 청년들에게 창업하라고 하면 불안해한다. 어떻게 창업을 유도할 것인가
창업이라고 해서 꼭 IT 쪽만 생각할 필요 없다. 최근 많은 청년들이 이미 죽어있는 상권에 들어가서 상권자체를 새로운 개념으로 살려내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왜 우리를 자영업에 떠미냐고 할 것은 아니다. 생활 속에서도 창조경제 일으킨다는 사고의 관점이다.
청년위는 창업을 통한 창조경제의 일환으로 최근 ‘01(영원)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일산 ‘원마운트’ 초대형 쇼핑몰에 4개 매대를 제공하고, 수원 영동시장에 2개 공간을 제공했다. 전통시장과 현대적 쇼핑몰에서 청년 장사꾼 선발에서부터 교육훈련, 4월 마지막 주 실전 투입 등을 제공한다.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할 수 있게 준비 중이다.
청년위는 직접 자영업자를 양산한다는 게 아니다. 메시지를 던지는 취지다. 가까운 지역, 마을에서도 창조경제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손가락 품(스마트폰을 검색하는 품을 말한다) 팔고, 다리품 팔면, 굉장히 많은 제도들이 마련 돼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청년들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을 수 없겠지만, 두려움 줄어든 가운데 준비할 수 있게 정책적, 제도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 추구하는 인생의 가치, 최종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
사람 일이라는 게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이렇게 어려운 청년 현실 속에서 아직 다른 일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다. 우리 직원들 모두 제가 청년 정책 이외에 벗어나는 얘기를 하는 걸 들어본 적이 없을 거다. 지금은 열악한 청년 현실을 해결하는 일이 도리라고 생각한다. 나머지 부분에서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부분은 차후의 문제다.
직업이나 직위 자체가 인간의 인생 목적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제 생각이다. (제가 오랫동안 운영해왔던) '점프투게더'같은 청년 멘토링 조직도 제 가치 실현을 위한 활동이다. 삶의 목적은 저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다.
[뉴스핌 Newspim] 추연숙 기자 (specialke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