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갈등 사이, 해외시장서 경쟁력 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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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한기진 기자] 외환은행의 해외경쟁력 1위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외환(外換)'이라는 사명에서 드러나듯 해외에서 삼성전자, 현대차, 포스코와 같은 국내 대기업의 금융서비스를 독점했지만, 최근 수년간 KB국민, 우리, 신한은행에 입지를 빼앗기고 있다. 하나은행과 통합이 노조의 반발로 지체되면서 해외영업도 차질을 빚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은행권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해외점포에서 대출 감소로 영업이 제자리에 머무는 반면, 경쟁 은행은 크게 활성화되고 있다.
2012년과 2014년 말 사이 3년간 국가별 주요자산 운용현황에서 현지 외화대출금(미화) 규모를 보면, 외환은행은 153억9709만달러, 151억9917만달러, 147억3280만달러로 감소했다. 공교롭게도 이 기간은 하나금융지주가 인수한 이후 외환은행 노동조합과 2.17 합의서에 따라 독립경영을 보장했던 시기다.
반면 신한은행은 같은 기간 73억2400만달러, 92억7300만달러, 110억4100만달러로 폭발적으로 급증하며, 외환은행을 턱밑까지 따라왔다. 우리은행도 54억3200만달러, 60억달러, 68억8200만달러로 늘렸다. 하나은행도 36억400만달러, 44억2100만달러, 56억9400만달러로 증가했다.
수치가 보여주는 의미는 냉혹하다. 해외시장에서 외환은행이 제자리를 맴돌 때 경쟁은행은 급성장했다. 외환은행 내부에서 받아들이는 위기감은 크다. 모 임원은 “국내 은행 가운데 외환은행만 점포를 내준 필리핀이 신한은행과 IBK기업은행의 영업을 허가해준 것은 외환은행의 경쟁우위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외환은행의 해외 비즈니스가 일방적으로 쇠퇴하는 것은 아니다. 하나은행과 통합힌 곳은 시너지가 발휘되고 있다.
외환은행이 독점적 위치를 갖고 있는 미국, 홍콩, 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 대출은 답보상태지만 신흥시장인 인도네시아에서 외화대출금을 2013년 5200만달러에서 2014년말 12억달러로 폭발적으로 늘렸다. 대신 중국내 하나은행 법인과 통합으로 7억달러 가량 하나은행으로 자산을 이전했다.
인도네시아는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의 현지법인이 지난해 3월 통합하면서, 하나금융지주의 통합 해외영업전략의 시험무대였다. 현지 시장을 분석한 결과 루피화와 달러화의 미스매치를 해소하고 현지 소매금융과 현지기업을 공략하기로 전략을 짰다. 인도네시아 국가 최대신용공여한도(CAP)도 확대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자산규모가 작으면 동일인 여신한도도 적기 때문에 삼성, 현대차가 원하는 규모의 대출이 현지에서 어렵다”면서 “노조가 반대하는 것과 달리 해외서는 통합전략에 따른 시너지효과가 증거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