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착오적 '자연주의자'부터 국토를 되찾아야
[뉴스핌] 네덜란드는 튤립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튤립을 팔아서 버는 돈보다 튤립으로 뒤덮힌 아름다운 시골의 모습을 보러오는 관광수입이 훨씬 크다고 한다. 이렇듯 현대 경제의 특징 중 하나가 물건이 아니라 물건이 만드는 이야기와 풍경을 파는 사회라는 것이다.
지난해 가을에 미국에서 20여 년 전에 같이 근무하던 동료 교수가 애들이 다 자랐다며 일 년 휴직하고 세계일주를 한다며 서울에 왔다. 일본을 거쳐서 왔고 중국으로 갈 이 세계인에게 서울에서 무엇을 보여줄지 고민을 하다가 함께 북한산을 오른 적이 있다.
외국친구는 연일 감탄사를 연발하는데 주말에 그 많은 등산객 중에 북한산 우리 코스에 오른 외국인은 나의 지인 딱 한 명뿐이었다. 서울에서 날이 맑은 날 인수봉은 너무나도 위풍당당하게 시선을 끈다. 이런 멋있는 곳이 그것도 대도시에서 지근거리에 있으면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할까?
남아공 케이프타운에 관광하는 사람들이라면 빠지지 않고 ‘Table Top Mountain’을 올라 경관을 구경한다. 극소수의 산악인이 아니면 모두 케이블카나 엘리베이터를 통해 올라간다. 다른 비용을 차치하고라도 이 케이블카를 타려면 우리 돈으로 2만원이 넘는 돈을 내야 한다. 이 케이블카가 없다면 이 명산은 그저 우리의 인수봉처럼 멀리서 한번 쳐다보는 것이 고작일 것이다.
호주의 시드니에서 멀지 않은 Blue Mountain에 가면 52도의 가파른 계곡을 기차가 오른다. 케이블카는 물론이고 멀리서는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산악 기차가 남녀노소, 국적을 불문하고 산 위로 실어 나르고 있다. 자연의 경치는 차치하고 산속에 수직에 가까운 기차를 타고 오르는 것 자체가 관광이다.
관광하면 떠오르는 나라 중의 하나가 스위스이다. 그리고 많은 관광객은 그림 같이 가꾸어진 호수와 알프스의 설산 등을 떠올린다. 이 나라는 국민의 수를 훨씬 능가하는 관광객이 방문하는 나라다. 이 나라를 방문하는 사람들의 많은 수가 융프라후를 비롯한 산을 오른다.
인근 도시에서 융프라후를 오르는 산악 기차를 타려면 왕복 승차권으로 20만원이 훨씬 넘는 돈을 지불해야 한다. 그런 기차가 수백 명의 승객을 태우고 하루에도 수도 없이 정상에 오른다. 경치 좋은 산마다 이러한 산악 기차가 오르고 있다.
반면에 스위스의 알프스보다 훨씬 크고 웅장한 설산을 간직하고 있는 네팔은 이러한 인프라를 설치할 능력이 없기에 아주 소수의 관광객에게 포터들이 짐을 대신 지고 나르는 것으로 돈을 번다. 포터를 활용해서 산에 오를 수 있는 관광객이 몇 명이나 될까?
이를 통해 창출할 수 있는 가치는 스위스의 알프스와 비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자연이 준 국토에 관광 인프라 투자에 따라 창출할 수 있는 부가 엄청난 차이를 만드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백두대간이 이런 기차를 두고 남북으로 달리며 지나는 해안 도시마다 내려서 바다를 구경하게 하면 어떨까?
서울은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산들로 둘러싸였고 그런데 이 산과 세느강이나 런던의 테임즈강보다 큰 한강이 흐르는 도시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그 아름다움 산과 강은 네팔의 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채로 국토를 점령하고 있다.
여기에는 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이 환경파괴이고 터널을 만드는 일이 산에 '정기가 흐르는 맥을 자르는 일'이라는 미신적 환경주의자들의 반발도 한 몫하고 있다. 그렇게 온전한 정기가 대한민국을 잘살게 하는 것이라면 경제개발 이전에 대한민국이 더 평화롭고 번영되었어야하지 않을까? 전국의 산을 두더지처럼 파고 지나간 고속도로와 철도와 경제개발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케이블카와 차를 타고 오를 수 있는 길이든 분명하게 만들고 나머지 공간을 철저하게 지키는 외국에 비해 그 건강하고 환경을 사랑하는 '환경주의자" 산악인들이 제멋대로 헤집고 다닌 우리나라의 산이 더 많이 훼손되어 있다.
외국인은 차치하고라도 이제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로 치닫고 있다. 나이가 든다고 산에 오르는 일이 젊은 날의 추억으로만 남아야 한다면 국토의 70%가 산이고 그 아름다움이 금으로 수를 놓은 것 같다는 아름다운 강산에 사는 우리의 노년은 너무 억울하지 않을까?
김을 사가던 일본 관광객이 발길이 뜸해졌다. 서울의 유통점을 점령해서 화장품을 싹쓸이 하고 있는 중국 관광객들이 언제까지 한국 상품에 대한 애정을 지켜줄까? 자신들의 경제가 발전할수록 품질 좋은 자신의 상품을 개발해서 팔게 될 것은 눈에 뻔하다.
산에 오르고 강에서 배를 타고 흘러다녀야 관광객들이 우리나라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진다. 머무를 이유가 없다면 대한민국은 중국이나 일본에서 하루 생활권이다. 산과 강은, 그리고 문화와 이야기가 있는 도시는 영원히 여기에 있다.
그리고 그것을 상품화해서 팔려면 우선 국토와 자연을 투자에 따라서는 어마어마한 끊임없이 재판매가 가능한 상품이라는 인식이 우선되어야하고 자연을 "자연대로 두어야 한다"는 시대착오적인 자연주의자들로부터 국토를 되찾아와야만 한다.
◆ 프로필
KAIST, 경영대학 교수, 2001.7-현재
SK 사회적기업 연구센타 센터장 (현)
사회책임연구센타장(현)
디지털 경제 및 서비스 혁신연구센타장 (현)
경영대학 학장, 2011.7- 2013.7
KAIST 청년창업투자지주 주식회사, 대표 이사, 2014.11-현재
The University of Illinois at Chicago, 경영대학 부교수, 1998.8-2002.09
신도리코, 전산팀장(CIO) 및 신규사업팀장, 1985.3-1994.6
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경영학박사 (전공 MIS,부전공 경제학), 1994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석사 (전공 경영과학), 1985
서울대학교 공학학사 (전공 산업공학), 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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