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 급감에도 석유 메이저 배당은 올들어 늘어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의 원유 수출 평균 가격이 배럴당 4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OPEC 수출 가격이 배럴당 30달러 선으로 밀린 것은 미국 발 금융위기가 본격 고조됐던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원유 저장 시설 <출처=블룸버그통신> |
16일(현지시각) OPEC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회원국의 평균 원유 수출 가격이 배럴당 39.21달러로 떨어졌다. OPEC의 수출 가격은 일반적으로 금융시장에서 거래되는 원유 선물 가격보다 낮다.
지난해 6월 중순 이후 유가가 반토막 이상 폭락했지만 OPEC 회원국은 산유량을 줄이지 않고 있어 구조적인 과잉 공급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상황이다.
중국의 인프라 투자가 줄어드는 데다 신흥국을 중심으로 경기가 둔화되고 있어 원유 수요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 때문에 수급 불균형에 따른 저유가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데 투자자들이 입을 모으고 있다.
골드만 삭스가 배럴당 20달러 전망을 내놓은 한편 노무라가 이날 새롭게 비관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등 유가 반등에 대한 기대를 엿보기 힘들다. 미국 역시 셰일 가스 업계의 감산이 주춤한 모습이다.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유가가 추가 하락 압박을 받을 경우 이미 저유가에 일격을 받은 OPEC 회원국들이 기존의 산유량에 대해 재검토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페트로매트릭스의 올리비에 제이콥 이사는 “저유가는 생산 단가가 높은 미국 업체들에게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OPEC 회원국들도 작지 않은 타격을 입은 상태”라고 주장했다.
지난 5년간 OPEC 회원국들이 원유 수출로 올린 매출 규모는 1조달러를 넘어섰다. 하지만 기존의 유가가 지속될 경우 수입은 5500억달러로 줄어들 것으로 업계 전문가는 내다보고 있다.
OPEC의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 아라비아마저 올해 GDP의 20%를 웃도는 재정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등 저유가에 따른 충격은 이미 가시화된 상황이다.
한편 저유가에도 글로벌 석유 메이저들의 배당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순이익이 급감한 상황에도 주주들에 대한 배당 잔치가 멈추지 않았다는 얘기다.
업계에 따르면 로열 더치 셸과 엑손 모빌, 셰브런, BP 등 글로벌 4대 석유 메이저의 1~9월 순이익이 총 70% 이상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주주들에게 280억달러에 달하는 배당을 지급했다. 이는 지난해 배당 총액에 비해 10% 늘어난 수치다.
배당이 유가와 동조해 감소하거나 변동성을 보일 이유가 없다는 것이 석유 업계의 주장이다. 하지만 저유가가 장기화되면서 극심한 수익성 악화와 비용 감축 압박에 시달리는 업체들이 돈잔치를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투자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