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하락에 산유국 중동지역서 수주액 반토막, 내년 시장도 불투명
[뉴스핌=이동훈 기자] 올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액이 국제유가 하락과 경쟁 심화 등으로 전년대비 30% 정도 줄었다.
국제유가가 바닥을 모르고 하락하자 중동지역 발주물량이 크게 감소했다. 자금줄이 마른 발주처들이 신규 사업에 보수적으로 나서고 있어서다. 진행중인 사업도 공사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못해 국내 건설사들의 미청구공사가 급증하는 상황이다.
28일 해외건설협회 및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3일까지 국내 건설기업의 해외수주액은 461억달러(54조100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한해 수주액 660억달러(77조4000억원)와 비교해 30% 감소한 금액이다. 지난 2008년 이후 최소액이자 올해 목표치인 700억달러에도 크게 미치지 못했다.
지역별로는 국내 건설사의 최대 시장인 중동지역이 급감했다. 올해 수주액은 지난해 313억달러(36조7000억원) 대비 47% 감소한 165억달러(19조3000억원)에 그쳤다. 아랍에미리트(UAE)의 수주액이 전년대비 90% 줄어 감소폭이 가장 컸다. 이어 이라크, 알제리, 쿠웨이크, 이집트 등도 절반 넘게 줄었다.
중남미와 유럽, 아프리카에서도 수주액이 소폭 줄었다.
반면 아시아는 지난해보다 수주액이 늘어 중동지역을 제치고 최대 시장으로 떠올랐다. 올 들어 총 197억달러(23조1000억원)를 수주해 지난해 같은기간 159억달러(18조6000억원)보다 23% 증가했다.
투르크메니스탄과 베트남의 수주액이 가장 높았다. 이어 싱가포르, 중국, 인도네시아 등의 순이다.
건설사 해외수주액 순위는 현대엔지니어링이 1위다. 23일 기준 수주액은 57억달러(6조7000억원다. 지난해 94억달러(11조원)보다 감소했지만 경쟁사들도 수주액이 동반 하락해 가장 높은 곳에 이름을 올렸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유가하락 등으로 해외발주가 전반적으로 줄어 신규 수주를 확대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하지만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신흥 시장에서 성과를 거둬 올해 해외수주 목표치의 93%를 달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56억달러(6조5000억원)를 수주해 2위에 올랐다. 지난해 67억달러(7조8000억원)보다 수주액이 감소했다. 1위와의 격차가 1000억여원에 불과해 막판 뒤집기는 가능한 상황이다.
이어 GS건설(55억달러), SK건설(43억달러), 현대건설(34억달러), 두산중공업(30억달러), 한화건설(26억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내년 시장도 불투명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국제유가 하락이 지속될 경우 발주물량 감소가 불가피하다. 현재로선 배럴당 30달러에 거래되는 유가가 10달러선까지 미끄러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건설사들의 신시장 개척도 단기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해외건설협회 권오훈 정보기획실 팀장은 “내년 해외건설 시장은 국제유가 및 신시장 개척 여부 등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전망”이라며 “정부 정책과 연계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텔을 찾고 선진기업과 기술 공유로 새로운 시장을 찾아야 올해보다 개선된 시장 상황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