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기 회장과 자녀들, 신사업·인재·IT 등 경영 핵심서 맹활약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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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한태희 기자] 노익장을 과시하는 아버지가 가는 길에 아들·딸이 묵묵히 뒤를 민다.
지난해 8조원대 깜짝 신약 기술 수출 계약으로 국내 제약사에 한 획을 그은 한미약품 오너일가의 얘기다.
올해 만 75세인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신약 연구개발(R&D)을 진두지휘하며 혁혁한 성과를 낼 수 있었던데는 그의 자녀들의 역할이 컸다. 임 회장의 자녀들은 지근거리에서 그림자 보좌를 하면서 그가 연구개발에 몰두할 수 있도록 회사 내 핵심부서를 묵묵히 챙기고 있다.
임 회장의 장남은 경영 및 신사업 개발, 장녀는 인재 육성, 차남은 IT와 제약 유통망 확대를 책임지는등 차기 한미약품 대권을 향한 선의의 경쟁을 하며 임 회장을 '그림자' 보좌하고 있다.
2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임 회장은 슬하에 3남매를 두고 있는데 이들 모두 한미약품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남매 중 가장 관심을 받는 이는 장남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 사장(한미약품 BD총괄 사장)이다. 다른 형제보다 먼저 한미약품에 입사해 일찌감치 경영수업을 받았기 때문이다.
올해 만 44세인 임 대표(1972년生)는 지난 2000년 한미약품 전략팀 과장으로 입사했다. 입사 4년 후 북경한미약품유한공사 기획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부사장과 사장을 맡으며 중국에서 한미약품이 자리를 잡는데 일조했다.
임 대표는 입사 9년만에 한미약품(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에 올랐다. 미래 신사업 개발(BD, Business Development)이란 중책을 맡으며 본격적인 경영수업에 돌입한 것이다. 이를 통해 능력을 인정받은 그는 이듬해 한미약품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때 지주사인 한미홀딩스(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으로도 이름을 올렸다. 한미사이언스는 투자사업을, 한미약품은 의약품 제조 및 판매를 담당한다.
임 대표는 열정적인 뮤지션으로도 알려져 있다. 미국 보스턴 생화학과를 졸업한 후 1997년 미국 버클리음대 재즈 작곡 석사과정을 밟았을 정도다. 음악을 공부하며 언더그라운드 밴드에서 활동한 것으로 전해진다. 뮤지션의 감각은 경영현장에서 때론 부드러운 감성을, 때론 창의적 발상의 원천이라고 회사 내부는 전하고 있다.
장남인 임 대표가 임 회장 곁에서 경영 수업을 받았다면 장녀 임주현 전무는 한미약품에 필요한 인재를 발굴하는 일에 집중했다. 인재개발은 무엇보다 우선하는 경영적 요소로, 임 전무의 손을 거친 인력들이 지난해 수조원대 기술수출 성과에서 톡톡히 역할을 해냈다.
올해 만 42세(1974년生)인 임 전무는 한미약품 HRD(인재개발) 팀장으로 한미약품에 들어왔다. 2007년 4월 HRD 이사, 2년 후 HRD 상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후 그는 임원 스카웃 등 인재 개발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여줬고 2013년 전무로 승진했다.
임 전무는 직원들에게 다양한 조언을 해주는 인물로 전해진다. 오빠인 임 대표와 마찬가지로 음악가적 역량도 뛰어나다. 미국 보스턴대 음악과를 졸업한 그는 한미약품이 연 나눔 콘서트에서 첼로를 연주하며 수준 높은 실력으로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차남인 임종훈 한미약품 전무(만 39세, 1977년生)는 누나와 비슷한 시기에 한미약품 주요 임원으로 등장했다. 미국 벤틀리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2007년 한미약품 IT담당 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2009년 경영정보 담당 상무, 2013년 경영기획 전무로 승진했다.
특히 그는 IT 전문가라는 내부의 평가를 받는다. 한미IT 대표이기도 한 그는 2013년 미국에서 '한미약품 RFID 구축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외 한미메디케어 대표를 겸하고 있다.
한미약품 임 회장의 자녀 3남매 모두가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만 아직 후계 얘기를 꺼내기엔 이르다. 임 회장이 현업에서 왕성히 활동하고 있고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가장 많이 갖고 있어서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 임 회장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율은 36.22%. 같은 시기 임 대표는 3.59%, 임주현 전무는 3.54%, 차남인 임 전무는 3.13%를 보유 중이다.
다만 제약업계 관계자는 "처음에는 장남인 임종윤 사장으로 후계 구도가 정해진 것을 알려졌으나 지분 증여로 현재는 자녀의 지분율이 비슷해졌다"며 "임 회장이 R&D 등에 의욕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라 승계는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후계구도가 가시화되는 것도 아주 먼 얘기는 아니다"고 평가했다.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