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공장·원자재는 '매몰비용'?…손해 막심
[뉴스핌=한태희 기자] "특별대출이나 대출 만기 연장? 지금 그런 얘기를 할 때가 아니라고요. 어제 (통일부) 장관 만나서 (개성공단) 중단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했을 때도 대출이나 보험금 이런 얘기를 합디다. 우리한테 중요한 건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지. 보험금으론 손실이 감당도 안 되고요. 개성공단에 투자한 시설과 공장에 쌓여 있는 원자재.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 빼온다면 언제 어떤 방식으로 할지 논의해야 합니다." (개성공단 입주 S업체 관계자)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치에 개성공단에 입주해 있는 중소기업들이 화가 났다.
투자설비나 원자재 회수를 포함해 현장에서 시급한 문제는 피한 채 정부가 대출 확대 등의 얘기만 흘리고 있어서다. 이에 개성공단기업협회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강력히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을 결정하고 하루가 지난 11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에서 개성공단 입주기업 차량들이 출경을 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
11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개성공단 입주 기업 사이에서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결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대책도 없이 이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에서 셔츠 등 옷을 만드는 N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결정한 일에 뭐라 할 말이 없다"면서도 "일방적인 통보에 기업들이 당황해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속옷과 양말을 만드는 S물산은 "(정부가) 빼라고 했으니 빼야 하는데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한탄했다.
이들이 우려하는 것은 개성공단에 투자한 시설 및 공장이다. 인력은 유동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 주문 물량은 다른 생산라인으로 분산해 만들 수 있다. 손실을 입겠지만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다.
하지만 한번 지은 공장은 되돌리가 어렵다. 개성공단 입주 업체들은 공단 건설 및 설비 투자금액으로 지난 10년간 약 1조2600억원을 썼다.
현재 개성공단에 입주해 있는 기업은 124개. 이 중 약 60%는 속옷이나 양말, 의류 등을 만드는 섬유업체다. 기계금속과 화학 등의 기업도 있다. 장치산업인 제조업 위주의 중소기업이 다수 입주해 있다.
현재 정부는 희망 기업에 한해 공장 대체 부지를 마련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선 역부족이란 설명이다.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끌 수 없다는 것.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이날 한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공장이라는 게 하루 이틀 사이에 만들어지고 쉽게 생산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려면 몇 년씩 걸리는데 이제 대체부지를 마련해서 몇 년 후에 생산을 할 경우 그동안 기업들이 어떻게 버티냐"고 반문했다.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