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올해 달러대비 8% 급등…유로 4.25% 상승
[뉴스핌=김성수 기자] 일본·유럽 등 마이너스 금리를 실시한 주요국에서 통화가 오히려 강세를 보이고 있다. 통상 금리를 내리면 시장에 돈이 풀려 화폐가치가 떨어지는데 반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 같은 '마이너스 금리의 역설'이 발생하면서 시장에서는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정책을 잘못 집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7일 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본은행(BOJ)이 마이너스 금리를 통해 엔화 약세와 수출경쟁력 강화 및 경기 부양을 도모하고 있으나, 엔화가 오히려 강세를 보이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최근 한 달간 달러/엔 환율 추이 <사진=블룸버그통신> |
엔화 가치는 올 들어 달러대비 8% 급등하면서 지난 2014년 10월 후 달러대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엔화가 추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미스터 엔'으로 불리는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아오야마 가쿠인대학 교수는 앞서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올해 엔화 강세가 지속되면서 하반기에 달러/엔이 105엔까지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주에 기준금리와 예금금리를 추가 인하한 유럽중앙은행(ECB)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ECB가 금리인하를 실시한 날 유로화 가치는 오히려 달러대비 0.8% 상승했으며, 올 들어서는 달러대비 4.2% 올랐다.
최근 한 달간 유로/달러 환율 추이 <사진=블룸버그통신> |
지난 2014년 6월에 ECB가 예금금리를 처음 마이너스 영역으로 떨어트렸을 때는 유로화가 급락세를 보였으나, 현재는 ECB 부양책이 시장에 전혀 먹혀들지 않는 상황이다.
앨런 러스킨 도이체방크 외환 전략 부문 책임자는 "ECB 정책의 효력이 다 떨어졌다"며 "외환시장이 더 이상 ECB에 반응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노르웨이도 전날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0.5%로 낮춘 후 크로네 값이 달러대비 1% 넘게 상승했다. 이처럼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인하 정책이 오히려 해당국 통화 강세를 이끌 뿐만 아니라, 실물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도 사라졌다는 평가다.
또한 마이너스 금리는 전체 금융 시스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일본·유로존·스위스 등 다수 국가에서 국채 수익률이 마이너스 영역으로 떨어지는 것도 금융시장이 교란된 현 상황을 반영한다는 분석이다.
앤서니 크로닌 소시에테제네랄(SG) 국채 트레이더는 "(마이너스 금리 실시 후) 은행들은 수익성에 압박을 받고 있고, 예금자들은 현금을 수중에 쌓아두고 있다"며 "심지어 펀더멘털과는 상관 없는 자산시장에 자금이 흘러가는 등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수의 머니매니저들도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통해 정상적인 시장 기능을 왜곡시키면서 금융자산의 가치를 공정하게 평가하는 것이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