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권익 보호도 주된 안건
[뉴스핌=김신정 기자] SK그룹 주요 계열사와 기아자동차, 현대상선, 대한항공 등 300개가 넘는 대기업이 18일 일제히 정기 주주총회를 열었다.
이날 주총 안건으로는 기업 오너의 사내이사 선임에 따른 책임경영 강화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권익보호 등이 주가 됐다.
주총 전부터 국민연금 등의 반대로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최태원 SK회장은 이날 SK㈜ 주총을 통해 등기이사로 복귀했다. SK㈜는 최태원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등 주요 안건을 주주들의 이견없이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은 2년 만에 SK㈜ 등기이사에 복귀했다. 최 회장은 주총에 이어 열리는 SK㈜ 이사회에서 의장을 맡아 회의를 주재했다.
SK그룹은 "본격적인 대주주 책임경영을 통해 지주회사인 SK㈜는 물론 SK그룹 전체의 기업가치를 높여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SK㈜는 18일 오전 서울 서린동 SK본사 빌딩에서 열린 제 25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최 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사진=김학선 기자> |
SK그룹은 이날 SK㈜외에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네트웍스, SK하이닉스 등 9개 상장사에 대한 주총을 열고 대주주 책임경영 강화, 고위 경영진 권한 축소를 골자로 한 안건을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고, 유정준 SK E&S 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효성도 서울 마포구 공덕동 본사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조석래 회장, 이상운 부회장, 조현준 사장, 조현상 부사장 등 사내이사 4명을 재선임했다. 또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을 사외이사로 재선임했다. 당초 오너의 배임, 횡령 등으로 국민연금의 반대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사내이사 안건은 무난히 통과됐다.
LG화학은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동생이자 지주회사 ㈜LG의 신성장사업추진단장인 구본준 부회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했다.
LG전자는 주총에서 MC 사업본부장인 조준호 사장과 H&A 사업본부장인 조성진 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기아자동차는 주총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했다. 기아차는 제72기 정기 주총을 열고 임기가 만료된 정 부회장의 기타비상무이사 사내이사 재선임했다. 기타비상무이사란 회사 내 경영을 직접 담당하지는 않지만 관련 업무를 하는 직책을 말한다.
이와 함께 박한우 기아차 사장도 사내이사로 재선임 됐다. 남상구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재선임 됐다.
반면 조용하게 일사천리로 진행됐던 주총과 달리 다소 크고 작은 잡음이 빚어졌던 곳도 있었다.
대한항공은 이날 서울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에서 제 54기 주총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이규남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위원장이 재무재표 승인 안건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임직원의 노력으로 작년의 성과가 달성됐지만 돌아온 게 없다"며 "임금문제 뿐만이 아니라 여러 이유로 조종사, 정비사, 객실승무원 모두가 힘들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날 주총 의장을 맡은 지창훈 대한항공 사장은 "안건과 관계없는 발언은 삼가하라"며 "주주총회장에 조종사 유니폼을 입고 나온만큼 대한항공의 품격을 지켜달라"고 이 위원장의 발언을 저지했다.
사내이사 재선임안 등에 대한 이의 제기에는 "이미 의사봉이 두드려졌으니, 혹시 이의가 있다면 향후 따로 제기하라"면서 "더 이상 소란을 피울 경우 퇴장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현대그룹빌딩에서 현대상선 제40기 정기주주총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현대상선 주총에선,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상선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또 현대상선은 보통주 7주를 1주로 병합하는 무상감자 안건을 가결했다.
이백훈 현대상선 사장은 "재무구조개선을 위해 전 임직원이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주식병합은 자본잠식으로 인한 상장폐지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진인사대천명의 심정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주주들에게 호소했다.
참석한 주주들은 "상폐를 막아야 한다"고 외치며 별다른 이견 없이 제청과 동의에 찬성했다. 이에 따라 현대상선 주총은 30분 만에 빠르게 마무리 됐다.
아울러 주총장에선 주주 권익을 보호하고 경영진의 권한을 축소하는 안건도 다뤄졌다.
현대상선은 주총을 통해 이사 보수한도를 전년 70억원에서 50% 삭감된 35억원으로 대폭 축소시키는 안건을 의결했다.
SK㈜도 주총에서 임원들의 퇴직금을 대폭 줄이는 임원 보수체계 변경안도 통과시켰다. 회장, 부회장 등 고위 경영진에 대한 퇴직금 지급률을 최대 3분의 1 가량 축소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효성도 사외이사 6명을 포함한 이사 10명의 보수 한도는 100억원으로 승인 받았다. 기아차 이사들의 보수 한도는 지난해와 같은 100억원으로 동결됐다.
[뉴스핌 Newspim] 김신정 기자 (a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