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 적극 지원·국내사 해외진출 활로 넓어지며 ‘군침’
[뉴스핌=박예슬 기자] 국내 주요 제약사들이 희귀병 치료제에 주목하고 있다. 극히 낮은 시장성 때문에 외면당했던 과거와 달리 내수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으로의 활로가 넓어지면서 연구개발(R&D)에 불이 붙기 시작한 것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녹십자는 희귀질환인 헌터증후군 치료제인 ‘헌터라제(GC1111)’에 대한 미국 임상2상 진입을 승인받았다.
제약 연구원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녹십자> |
헌터증후군은 세포 내 특정 효소가 없거나 비정상적으로 축적돼 골격이상, 지능 저하 등의 증세로 나타나고 심할 경우 15세 전후에 사망하는 질병이다. 전 세계적으로 환자는 2000여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극히 작은’ 수요에도 불구, 회사 측은 시장성이 있다는 판단이다. 녹십자는 “치료제 3ml의 가격이 200만원이 넘을 정도로 고가라 글로벌 시장 규모가 약 6000억원에 달한다”며 “환자 수나 치료제가 공급되지 못한 지역을 고려하면 수년 내 1조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미국 제약사와 지방간 치료제 수출계약을 체결한 동아ST도 차세대 먹거리로 희귀질환 치료제를 채택하고 임상 돌입을 준비 중이다.
동아ST 관계자는 “기존 파이프라인에 더해 미충족된 적응증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며 “아직 전임상 단계지만 현재 표적항암제와 파킨슨병치료제 등의 R&D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JW중외제약도 급성골수성백혈병과 재발성다발성골수종치료제 ‘CWP-291’에 대한 미국 FDA 임상에 진입, 올 상반기 내 1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종근당도 초고도비만 치료제 ‘벨로라닙’에 희귀질환 ‘프레더윌리 증후군’ 적응증을 함께 적용, 임상을 진행한 바 있다. 벨로라닙은 프레더윌리 증후군 관련 신약 중 세계 최초로 개발되고 있어 더 관심을 모았다.
벤처사 중에서도 메디포스트와 같이 희귀의약품 개발로 주목받는 업체도 있다. 메디포스트는 미숙아 폐질환 관련 치료제인 ‘뉴모스템’으로 이미 미국, 유럽에서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고 국내 인증도 신청할 예정이다.
사실 희귀의약품 시장의 관심은 내수시장보다는 글로벌 시장에 있다. 제약산업 분석전문회사인 이벨류에이트파마(Evaluate Pharma)에 따르면 세계 희귀질환치료제 시장은 지난해 기준 1030억 달러(약 119조원)에서 2020년 1780억 달러(약 206조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미국, 유럽 등 일부 선진국의 경우 희귀질환 외 다른 적응증이 없으면 허가심사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거나 일부 면제하는 등 등 희귀의약품에 대한 파격적인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보건복지부를 필두로 희귀질환치료제 허가 소요 기간을 줄이겠다고 나서며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희귀의약품을 개발하고 있는 제약사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제약사 가운데 희귀의약품만으로도 조 단위의 매출을 올리는 업체들이 생기면서 국제적인 관심사가 옮겨지고 있다”며 “주요 국가에서 희귀의약품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가운데 희귀의약품을 개발하는 국내사들의 관심사도 사실상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박예슬 기자 (ruth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