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주도 안전표준 마무리, 국내 검증 준비단계
[뉴스핌=황세준 기자]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새로운 기술 장벽이 생긴다. 하지만 국내 업계의 준비는 이제 시작단계다.
15일 관련업계 및 정부에 따르면 국제표준화위원회(ISO)는 차량용 반도체의 안전 표준인 ‘PAS(Publicly Available Specification) 19451'을 도입할 계획으로 현재 최종 승인 절차만을 남겨 놓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분과위원회에서 최종 합의 문서를 완성해 이미 ISO 사무국에 넘겼다"며 "통상 공표까지는 4주 정도 걸리는데 넘어간지 4주는 지났고 당장 내일 공표돼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PAS 19451은 2011년 제정된 기능안전 표준인 ISO 26262를 차량용 반도체에 적용하는 방법을 기술한 것으로 유럽과 미국이 제정을 주도했고 일본, 한국 등은 참여자로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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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학교에서 개발한 자율주행차 'A1'. 현존 국내 자율주행차 중 가장 정확도가 높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이성웅 기자> |
차량용 반도체란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의 일종으로 자동차의 전자제어 시스템을 구성하는 역할을 한다. 에어백, 능동안전장치, 인포테인먼트 등이 반도체를 사용한다. 차량 1대에는 약 200여 개의 반도체가 들어간다.
ISO의 논의는 자율주행차 시대를 겨냥하고 있다. 자율주행차를 움직이는 손발과 같은 반도체의 기능 오류로 안전사고가 나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다.
전기전자 시스템의 오작동에 의한 리스크가 없도록 반도체를 만들되 이제껏 일어난 고장, 잠정 고장, 예측가능한 고장을 다 반영해서 설계를 하라는 것이 PAS 19451의 골자다.
한국은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지배력 있는 기업이 없어 이번 논의를 주도하지 못했다. 이 시장은 르네사스, NXP, 인피니언 등이 선두주자고 메모리 반도체 중심으로 성장해 온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은 모두 명함도 못내밀 수준이다.
현대자동차가 지난 2012년 현대오트론을 설립해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진입했지만 일부 칩셋을 상용화한 데 그치고 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모두 아직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본격 진입할 계획은 없다.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달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카메라에 사용하는 CMOS 이미지센서와 관련해 차량용 보다는 모바일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전장사업팀을 꾸리는 등 자동차가 반도체 업계의 미래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안전 규제 마련으로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후발주자로서 진입하는 게 더 까다로와지게 됐다.
전문가들은 명확한 기준이 정립됨으로써 후발주자들의 향후 개발 투자에 불확실성이 사라지는 측면이 있지만 당장은 악재라는 지적이다.
김병철 한양대학교 교수는 "PAS 19451은 무역장벽"이라며 "그들(선두업체들)은 이미 나름대로 적용해 보고 표준을 만들었지만 우리는 안 해봤다"더 큰 문제는 앞으로 표준에 맞춰 반도체를 제조해도 이를 어떻게 검증할지다"라고 우려했다.
그는 그러면서 "한양대학교는 중소기업과 협업으로 PAS 19451에 맞춰 검증 채비를 갖춰 나가고 있다"며 "검증 비용은 원가 수준으로 맞추려고 한다"고 소개했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 관계자는 "국내 반도체 업체 중 샤시 제어 등 안전관련 부품에 사용하는 반도체를 제조해 온 업체가 거의 없고 통신,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 위주"라며 "안전표준만 충족한다고 OEM이나 완성차에서 원하는 반도체 제품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아울러 "이 안전 표준은 선진 업체들 중심으로 만들었고 기술 수준이 매우 높아 국내 업체들 입장에서는 신규 투자에 대한 부담도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대한전자공학회 반도체소사이어티, 한양대학교 자동차 융합 고급인력양성센터는 공동으로 오는 8월 중 ISO 26262 및 PAS 19451 관련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