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에 기댄 랠리 힘 다했다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뜨겁게 달아올랐던 중국 원자재 투기거래가 주춤하는 모습이다.
철광석을 필두로 주요 상품 가격이 9일(현지시각) 가파르게 하락, 거품이 꺼지기 시작했다는 진단이 투자자들 사이에 힘을 얻고 있다.
원자재 시장 전반의 유동성도 급감,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뛰었던 가격이 제 자리를 찾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중국 칭다오 항에 수입된 철광석 <출처=신화/뉴시스> |
이날 상하이선물거래소에서 보강철 가격이 하한선인 6%까지 하락, 톤 당 2175위안(334.41달러)까지 떨어졌다. 이는 1개월래 최저치에 해당하는 수치다.
다롄상품거래소에서도 9월물 철광석 선물이 1일 가격 하한선인 6% 폭락, 톤당 388위안에 거래됐다.
원자재 현물 가격의 바로미터로 통하는 압연용 소형 각강편인 빌릿은 이미 최근 며칠 사이 수직 하락한 상황이다.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를 둘러싼 우려가 재점화된 데 따라 산업재는 물론이고 면화까지 폭발적인 거래량을 동반하며 치솟았던 상품시장이 한파를 맞은 것으로 해석된다.
하루 거래량이 90억명 분의 청바지 옷감에 해당했던 면화 선물도 이날 정저우상품거래소에서 2% 이상 하락하며 지난달 18일 이후 최저치에 거래를 마쳤다.
여기에 여름철 계절적인 악재까지 맞물리면서 당분간 주요 원자재 가격이 상당한 하락 압박을 받을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주디 주 스탠더드 차타드 애널리스트는 CNBC와 인터뷰에서 “앞으로 2~3개월 계절적인 요인에 따른 상품 가격 하락이 투기 거래자들을 몰아낼 것”이라며 “이어 원자재 수요는 6~8개월 사이 완만한 속도로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엇보다 중국 경제 성장 둔화를 점치는 의견이 지배적인 만큼 추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중국 인민일보는 최근 중국 경제가 V자는 물론이고 U자 회복도 어려운 것으로 보도했다. 단시일 안에 강한 반등이 나타나지 않는 L자 회복을 연출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같은 전망은 원자재 수입에서도 뒷받침된다. 지난 4월 구리 수입은 전월 대비 21% 급감했고, 석탄과 철광석 수입 역시 가파르게 떨어졌다.
헬렌 라우 아르고노트 증권 애널리스트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상품시장과 관련된 전반적인 데이터가 수요 감소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신용 팽창에 의존했던 중국 원자재 시장 상승 역시 후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중국 상품시장 하락은 글로벌 증시로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도이체방크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유럽을 포함한 선진국 증시의 원자재 섹터 주가가 중국의 광풍을 근거로 고평가된 상황이라고 전하고, 중국 성장률이 앞으로 더 크게 후퇴하는 한편 레버리지에 의존한 자산 가격 상승이 꺾일 경우 충격이 확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