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PD수첩' 대한민국 검사 보고서, 변사자 부검 제대로 이뤄지고 있나? 의사들 '충격 증언' 실태
[뉴스핌=양진영 기자] 'PD수첩' 1088회에서 '대한민국 검사보고서, 죽음은 있고 원인은 없었다'는 주제의 변사 사건들을 조명한다.
2016년 4월, 대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변사사건은 총 2만 8,255건이다. 변사자 대비 부검 비율은 15% 안팎으로, 30%에 육박하는 선진국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검시대상을 법으로 정하지 않은 채 검사의 판단에 맡겨두고, 법의학자가 적어 전문지식 없는 일반의사가 검안하는 경우가 많은 부실한 검시제도가 존재한다.
한 법의학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살고, 늙고, 아픈 것에 비해 ‘죽는 것’에 대한 투자가 거의 없다. 'PD수첩'은 대한민국 검시제도의 실태를 심도 있게 짚어봤다.
지난 5월 21일, 충북 증평에서 82세 노인이 집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경찰은 노환인데다가 이미 부패가 진행된 점을 들어 ‘병사(자연사)’라고 수사 종결했고, 유가족은 그 말을 믿고 장례를 치렀다. 이후 기일을 확인하고자 CCTV를 확인한 유가족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CCTV에는 노인이 윗동네에 살던 청각장애인 신 씨에 의해 무참히 살해당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찍혀 있었던 것. 자칫 살인사건이 병사로 묻힐 뻔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
이 사건이 미궁에 빠질 뻔한 결정적 원인은 검안의가 작성한 한 장의 ‘시체검안서’ 때문이다. 심지어 그는 시체검안서에 기재된 의사도 아닌 대진의, 속칭 ‘알바 의사’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과연 병원에서는 왜 대진의를 고용했던 것이며, 그는 노인의 시신을 제대로 검안하긴 했던 것일까?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유성호 교수는 "(검안의가) 경찰 또는 유가족에게 판단이 오염됐다고 할까요. 그런 것 때문에 이런 판단을 내린 게 아닌가 싶습니다. 더구나 문제는 분명 사망원인엔 ‘미상’이라고 적었는데 사망의 종류를 ‘병사’라 체크한건 이 분이 의과대학을 나왔는지, 의과대학 과정 중에 이런 교육을 받지 않았는지. 안 받은 것 같아요. 그러니까 모순된 검안서를 작성한 거죠"라고 말했다.
2013년 3월, 지방의 한 119안전센터에 ‘아이가 계단에서 넘어졌다’는 내용의 신고가 들어왔다. 엄마 손명희 씨(가명)의 품에 안겨 의식이 없던 27개월 故심아영 양(가명)은 모 대학병원 응급실로 이송되었고, 두 차례의 뇌수술을 받았지만 병원에서 끝내 사망했다. 아영이의 사인은 ‘급성 외상성 뇌출혈’로 사망의 종류 중 ‘외인사(外因死)’에 해당된다. 의료법 제26조에 따라, 담당의사는 경찰에 신고해야 할 의무가 있었지만 신고하지 않았다.
얼마 후 손 씨의 지인이 경찰에 제보한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아영이가 죽기 전 엄마의 지속적인 아동학대 및 방치가 있었다는 것! 심지어 그녀는 이런 사실을 숨기기 위해 한 검안의의 도움을 받아 ‘병사’로 작성된 허위검안서로 아영이 시신을 화장했다. 신고의무를 저버린 의사와 검안서를 돈벌이 수단으로만 생각한 의사, 그리고 비정한 엄마로 인해 마지막 순간까지도 상처를 입은 건 아영이 뿐이었다.
당시 허위검안서 작성한 검안의는 "(시신을 다 보진 않고) 위에만 봐서 몰라. 입관했더라고. ⵈ(중략)아기 엄마가 하도 울어가지고 사정이 딱해서 (허위검안서 작성)해줬어"라고 비공개적으로 말했다.
구미에 맞는 검안서를 받을 때까지 계속 발급받을 수 있는 현재의 검시제도. 즉, ‘검안서 쇼핑’이 가능한 상황에서는 관련 사건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제작진은 제도적 미비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억울한 죽음들의 이면을 살펴보고, 법의학 전문가들과 함께 해결책의 실마리를 찾아봤다.
의료법 제17조 1항에 따라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는 시체검안서를 작성할 수 있다. 즉, 의사면허가 있으면 검안서를 작성할 수 있는 법적요건은 갖췄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작진이 자체 분석한 결과, 국내 41개 의과대학에서 학생들이 수강하는 법의학 관련 강의는 평균 13시간 정도에 불과하다. 과연 이들이 현장에서 올바른 사망진단을 내리기에 충분한 교육을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걸까? 제작진은 촌각을 다투며 환자들을 치료하는 응급실 의사들을 만나 현실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응급실 의사들은 "정확하게 법의학적 관점으로 사인이 뭐고, 몇 시간 지났을 것 같고 그것까진 몰라요. 부검을 해야 할 정도면 추정할 수 있으면 추정해서 하는데···(중략)(응급실에)처음 온 상태로 정확하게 어디가, 어떻게 안 좋았는지 모르면 저희가 사인을 정확히 짚긴 힘들죠"라고 했다.
또 한 의사는 “사인이 무엇인지 더 깊게 파고드는 건 응급의학과 입장에서는 조금 사치스러운 일
이죠···(중략)다른 살릴 수 있는 환자 살리는 게 우선이지, 돌아가신 환자는 응급환자가 되지 않으니까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비공개 카메라를 통해 공개됐다.
'PD수첩'에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도움을 받아 일주일 동안 현장검안 및 부검 과정을 동행 취재했다. 제작진이 만난 법의관 및 법의학 전문가들은 남겨진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사람의 죽음에 의문점이 남아서는 안 된다고 말하며, ‘현장검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 현장검안 시스템은 서울 구로와 강서, 양천지역 등에서만 시범 실시되고 있고, 검안 및 부검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PD수첩' 1088회는 대한민국 검시제도의 충격적 실태 및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분석하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해결책을 모색해본다. 21일 밤 11시10분 MBC에서 방송된다.
[뉴스핌 Newspim]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