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실험과정서 잘못'...LG생건, 오해 벗었지만 벙어리 냉가슴
[뉴스핌=강필성 전지현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LG생활건강(이하 LG생건)의 브랜드 더페이스샵 색조브랜드에 대해 유해물질 미검출 결론을 내렸다. 지난 22일 발암물질 ‘프탈레이트’가 검출됐다며 회수 명령을 내린지 6일만이다.
식약처 측은 화장품 성분실험 과정에 잘못이 있었다고 시인했다. 하지만 정작 이 과정에 유무형의 손실을 보게 된 LG생건은 주관기관인 식약처에 쓴소리도 하지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27일 식약처에 따르면 식약처 서울청 의약품안전관리과는 이날 LG생건의 화장품 브랜드 더페이스샵의 ‘보브 투웬티스팩토리 헤어틴트’ 5종에 대한 회수명령을 취소했다. 식약처는 이날 오후 3시께 회수명령 공고를 삭제했다.
<출처=식약처, LG생활건강> |
앞서 식약처는 지난 22일 해당 제품에서 프탈레이트 성분이 100μg이상 검출됐다고 전량 회수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이에 LG생건 측에서 이의를 제기하면서 결국 식약처 측에서 잘못을 인정한 것이다.
프탈레이트 성분은 생식기능 저하 및 기형, 호르몬 분비 불균형, 발암을 유발시킬 수 있는 유해물질이다.
식약처 측은 “1차 실험을 진행한 부산보건환경연구원에서 프탈레이트가 검출됐다고 보고 했기 때문에 이에 즉시 회수명령을 내렸지만 LG생건에서 이의를 제기해 2차 조사를 한 결과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식약처 의약품안전관리과 관계자에 따르면 1차 실험은 조사 대상을 증발시켜 휘발물질을 조사하는 가스 크로마토그래피-불꽃 이온화 검출기(GC-FID) 방법을 사용했는데, 성분검출애 방해요인을 고려하지 못한 잘못된 방법으로 실험했다.
이 관계자는 “2차 조사에서 보다 정밀한 방법인 가스크로마토그래피 질량분석시스템(GC-MS)를 활용해 조사한 끝에 해당 제품에 프탈레이트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결국 식약처의 잘못된 실험에서 비롯된 LG생활건강의 ‘발암 화장품’ 누명이 6일만에 벗겨진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런 식약처의 행보에 대해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화장품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유해물질에 대한 세간의 우려와 공포가 커진 상황에서 발암물질이 나왔다고 발표했다가 6일이 지나 이를 뒤집으니 황당하다”며 “이는 자칫하면 한 회사가 문을 닫을 수도 있었던 이슈 아니냐”고 지적했다.
가장 황당한 것은 LG생건이다. 회사 측은 주관기관인 식약처에 대해 언급조차 꺼리고 있지만 분위기는 최악이다.
피부와 밀접할 수밖에 없는 화장품 특성상 제품 안전성에 대한 신뢰는 회사의 경쟁력과 직결된다. 6일간 유해물질 검출에 따른 회수명령 공고가 게시됐던 만큼 소비자들과 시장의 불신을 심어줬던 것은 적잖은 유·무형의 손실이 됐으리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런 해프닝에 식약처 측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대변인은 “당초 프탈레이트 검출 보고에 행정처리 절차대로 제품 회수조치를 취했고 이에 대한 이의를 받아드려 잘못된 실험을 바로잡고 공고를 삭제한 것”이라며 “누가 잘못했다기 보다는 정해진 절차에 따랐다고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