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생산법인 설립 무산…"당분간 국내 집중해야"
[뉴스핌 = 전민준 기자] 강관업계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업계 맏형격인 세아제강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데 차질을 빚고 있다.
29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최근 세아제강은 미국 휴스턴에 파이프 생산기지를 설립하는 투자건을 잠정보류, 당분간 시장동향을 주시하기로 했다. 시장상황이 개선되면 다시 투자하겠다는 게 회사 측이 내세우는 표면적인 입장이지만, 철강업계는 세아제강의 해외투자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세아제강은 에너지 채굴용 파이프를 생산하는 철강 대기업으로, 지난 2013년에는 매출액 2조원을 달성하는 등 수년간 가파른 성장곡선을 그렸다. 하지만 재작년부터 국제유가 하락으로 에너지 채굴 프로젝트가 급감하면서 지난해 매출액은 1조4000억원으로, 201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파이프는 에너지를 채굴하거나 건축물을 짓는데 사용하는 철강제품인데, 지난 2014년부터 과잉공급 현상이 심화되면서 최근 구조조정 대상품목에 올랐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세아제강은 포항공장에서 운영하던 파이프 생산라인을 미국 법인 설립과 함께 이설하는 것을 검토해 왔다"며 "하지만 시장상황 개선이 불투명하고, 투자리스크가 커지면서 생산라인을 국내에서 다시 돌리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실제 세아제강은 올해 초 글로벌 에너지 전문 투자 사모펀드인 퍼스트리저브(First Reserve)와 함께, 미국 현지법인 설립을 추진한 바 있다.
아울러, 철강업계는 세아제강이 중국에서 생산법인을 새로이 운영하는 것도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3년 세아제강은 이탈리아 특수강 파이프기업인 이녹스텍을 인수하면서, 이녹스텍이 보유한 중국법인도 매입했다. 당초에는 파이프 생산라인을 증설해 중국시장을 공격적으로 공략할 계획이었지만, 현지에서 동종업체들이 급증하면서 투자계획은 표류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세아제강 중국법인은 중장기적으로도 운영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현지 강관기업에 매각하는 사안 등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세아제강은 올해 저유가 기조 지속, 미국발 철강무역 장벽이 강화되며 녹록치 않은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제품 판매가격‧원료 가격 스프레드 축소로 올해 실적 둔화는 불가피하다는 게 철강업계 관계자들 의견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강관산업이 예년만큼 호황을 누리는 일은 당분간 없을 전망이다"며 "강관 외 다른 철강제품에 대한 신규투자, 설비 매각 등 지속적인 조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전민준 기자(minjun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