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시간에 차량 결함 수정하며 고등학생 수준 이상 기량 선보여
우승은 친구와의 대결에서 승리한 예당고 '캐치 미 이프 유 캔' 팀
[뉴스핌=이성웅 기자] "상상을 초월하는 기량이었다. 적어도 고등학생 수준은 벗어났다."
현대자동차 청소년 모형자동차 대회 고등부 결선 현장에서 자동차 인스트럭터로 유명한 곽창재 씨는 참가자들의 기량을 위와 같이 평가하며 흐뭇한 미소를 보였다.
지난 14일 대회가 열린 경기도 성남시 한국잡월드를 방문했다. 결선 16강전이 시작하기 직전 무대에서는 사회자가 각종 이벤트로 분위기를 띄우고 있었다. 그러나 무대 뒤에서는 학생들이 모형차를 최적의 상태로 만들기 위해 빠르게 손이 움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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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청소년 모형자동차 대회의 결선 토너먼트용 트랙. <사진=현대자동차> |
올해로 5회를 맞은 현대차 청소년 모형차 대회는 규격화된 모형차로 경쟁을 펼치는 타 대회와 달리 현대차에서 제공한 최소한의 부품만으로 진행된다. 참가자들은 이를 가지고 독창적인 차량을 제작해 대회에 참가한다.
대회는 단순히 속도만이 아닌 차량의 종합적인 면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결선 16강전 이전까지는 차량 기획안 발표, 풍동 시험, 랩타임 등 다양한 요소가 평가대상이 된다. 그리고 16강전부터는 복합 서킷에서 철저하게 속도와 차량의 안정성을 겨루는 대결이 된다. 복합 서킷에는 수중 구간, 커브 구간, 험로 구간 등이 있어 많은 차량들이 경기 중 전복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번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화성 예당고등학교 '캐치미 이프 유 캔' 팀 역시 결선 이전, 거듭 차량이 전복되던 팀이었다.
팀장을 맡은 3학년 류민우(19) 군은 "예선에서 한번도 완주하지 못한 채 본선을 올라왔다"며 "점심시간에 차량을 손보며 타이어와 서스펜션의 장력을 수정했던 것이 효과적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준결승전 직후 결승전을 준비하는 짧은 시간동안 류민우 군은 차량의 뒷바퀴의 접지력을 높이기 위해 에폭시를 바르는 등 만반의 준비를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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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전 직전 차량을 정비 중인 예당고팀. <사진=이성웅 기자> |
이는 곽창재 인스트럭터가 높이 평가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는 "예선에서는 1차 시기 이후에 2차 시기까지 1분 동안 차량을 보완해야 하는데, 이는 실제 레이스와도 동일하다"며 "이러한 모습들을 보면 참가자들의 움직임은 일단 고등학생 수준을 넘어섰다"고 평가했다.
준우승을 거머쥔 충주 대원고등학교 '프리 패스' 팀 역시 예당고 팀 못지않게 결승전 준비에 열을 올렸다. 타이어의 트레드(홈)을 연신 갈아내 험로에서 접지력을 잃지 않도록 하는 등 양 팀의 대결은 이미 시작된 듯 보였다.
심지어 대원고 팀장인 조규범(19) 군은 류민우 군과 지난해 대회에서 만나 우정을 이어온 절친이었다. 조규범 군은 "당연히 승리는 우리의 것“이라며 양보 없는 승부를 예고했다.
출발 신호가 울린 후 두 차량이 빠르게 직선코스를 달려나갔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차체가 가벼운 예당고 팀이 좀 더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수로 구간을 지나 이윽고 도달한 험로 코스. 앞선 준결승과 8강 대회에서처럼 예당고 팀은 무난하게 험로 코스를 통과했다. 대원고 팀 역시 예당고를 무난히 뒤 따르는 것처럼 보였으나, 초반에 갈린 승부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
총 2바퀴를 도는 경기에서 마지막 바퀴의 험로코스를 예당고 팀이 먼저 통과하는 순간 관객석 여기저기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예당고의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류민우 군은 “고3인 관계로 수능 공부와 대회 준비를 병행하느라 눈코뜰새 없이 바빴지만 우승을 차지할 수 있어 기쁘다”며 “자동차에 관심 있는 여러 후배들이 이 대회에 도전해 보람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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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을 차지한 예당고 팀 왼쪽부터 류민우 군, 이승연 양, 정지용 군. <사진=이성웅 기자> |
또 앞으로도 자동차 관련 학과에 진학해 향후에는 모터스포츠와 관련된 분야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꿈을 전했다.
준우승을 한 조규범 군은 "2위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성적이다"라며 "올해가 내 마지막 출전인만큼 내년에는 동아리 후배들이 나와 꼭 1등을 해줬으면 한다"라고 전했다.
이날 대회의 시상을 맡은 김민수 현대차 브랜드전략실장은 "자동차가 인공지능, 수소연료차 등 첨단 기술의 중심이 되고 있다"며 "자동차가 미래로 향할수록 그 중심에 우리나라의 미래인 청소년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성웅 기자 (lee.seongwo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