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1년간 2750억 매도 vs. 한국인 올해 2031억 매수
[편집자] 이 기사는 9월 13일 오전 10시02분 프리미엄 뉴스서비스'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몽골어로 의형제를 뜻하는 'ANDA'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과 도약, 독자 여러분의 성공적인 자산관리 동반자가 되겠다는 뉴스핌의 약속입니다.
[뉴스핌=김지완 기자] '0, 0, 0, 2억, 2031억'.
2012년부터 올해까지 연도별로 한국인이 베트남주식펀드에 투자한 금액이다. 지난 4년간 베트남을 쳐다보지 않다가 올해 투자액이 2031억원으로 급증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2006~2007년 불같이 일었던 베트남펀드 붐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사그러졌다가 올들어 '제2차 붐'이 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제외한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1년간 베트남증시에서 5조5000억동(2750억원)을 순매도했다.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17조2852동(약 8203억원)을 순매수했던 이들이 방향을 바꾼 것이다. 5년 사이 베트남 VN지수가 두 배 이상으로 오르자,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파란색선은 베트남지수, 붉은색선은 베트남주식의 외국인 누적 순매수 금액이다. 2012년 1월 8560억동을 저점으로 지난해 8월 17조3280억동까지 증가했다. <자료=한국운용> |
외국인이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한국인 투자자금이 베트남 증시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 한국인의 힘으로 VN지수는 올해도 13.94% 상승, 최근 8년래 최고치를 넘어섰다.
한국인의 베트남증시 사랑은 지난달에도 이어졌다. 총 1조8739억동(938억원)의 외국인(한국인 제외) 순매도가 진행된 가운데, 한국인은 1조동(502억원)을 순매수 했다. 외국인의 매도 강도가 강해지는데 비례해 한국투자자의 매수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것.
◆ 차익실현 외국인 vs. 떠받치는 한국인
이처럼 나홀로 '베트남 러브콜'을 외치는 한국 투자자를 두고 베트남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들은 대체로 문제없다는 반응이다.
베트남알파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한진규 유리자산운용 본부장은 "베트남에서 외국인 물량 이탈이 일어나고 있지만, 한국인 투자금이 유입되면서 메워지고 있다"면서도 "그 결과 외국인 순매도 액수가 크지 않아 문제없다"고 말했다.
베트남그로스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이대원 한국운용 주식운용본부 글로벌운용팀 팀장도 "국내투자자들은 그동안 미국 중국 주식 등에 많이 투자했기 때문에 전체 자산배분 차원에서 보면 문제없다"면서 "올해 비과세해외주식펀드 시행으로 이전에 부족했던 베트남 투자상품 라인업이 갖춰지면서 자연스럽게 투자금이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현재 베트남에서 매도하고 있는 외국인은 베트남 금융위기 직후인 2012년 이후 유입된 돈"면서 "베트남이 나빠서라기 보다 2배 이상 오른 상황에서 일부 차익실현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자료=금융투자협회, 한국투자증권> |
반면, 10년 전 베트남 투자 실패가 재현되는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윤항진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올해 베트남(VN)지수 상승에 한국인이 상당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며 "현재 한국의 베트남 투자가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과거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투자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올바른 투자전략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김성준 삼성자산운용 글로벌주식운용팀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국내 대기업들의 베트남 진출을 계기로 주변에서 베트남을 경험한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면서 "친숙함을 내세워 베트남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베트남은 아직 MSCI프론티어 시장으로 분류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매니저는 "반대로 시가총액 규모가 더 크고 'MSCI이머징마켓'으로 분류되는 파키스탄 증시에 우리가 투자하지 않는 것은 성장 비전을 떠나서 낯설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김지완 기자 (swiss2pa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