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용도 낮고 현행 제도와 충돌부분도 있어"
"성과 측정 일러…M&A 체결기간 천차만별" 의견도
[뉴스핌=이보람 기자] 한국거래소가 야심차게 내놓은 '인수합병(M&A) 중개망'을 두고 실제 M&A 거래환경이나 제도를 고려하지 않은 시스템이란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취지는 좋았지만 실제 효용은 없어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M&A 중개망을 통해 기업 인수합병이 이뤄진 사례는 최근 석달새 단 1건에 불과했다. 코리아에셋투자증권에서 지난 7월께 진행한 M&A가 유일하다. 회사측에서 비공개로 M&A를 진행, 정확한 날짜는 알 수 없다는 게 거래소의 설명이다.
해당 서비스는 중소·벤처기업의 원활한 자금조달과 모험자본시장의 선순환을 위해 지난 6월 30일 마련됐다. 기존에 인적 네트워크에 대부분 의존했던 M&A관련 정보를 한 곳에서 볼 수 있게 만들어 기업들간 M&A 매칭을 지원한다는 게 중개망의 핵심이다.
거래소는 서비스 공식 오픈에 앞서 금융기관, 회계·법무법인, 벤처캐피탈 등 32곳을 M&A전문기관으로 선정했고 이들과 상장·비상장기업 오너 혹은 전문경영인(CEO) 등으로 중개망 이용자를 한정했다. 실질적으로 관련 정보가 필요한 주체들에게만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하겠다는 취지였다.
서비스 오픈후 거래소는 전문기관간 간담회는 물론이고 기업들에 홍보 리플릿을 2000부 이상 발송하는 등 다양한 홍보활동을 펼치며 서비스 활성화를 꾀했다. 실제 한달 만에 SPAC 회원 20곳, 기업 19곳이 가입하면서 중개망에 등록된 물건도 빠르게 증가해 갔다.
현재까지 가입된 회원은 SPAC 40곳, 기업 219곳이다. 매도물건과 매수물건은 각각 38건, 60건을 기록 중이다.
<자료=한국거래소가 운영하고 있는 'KRX M&A 중개망' 홈페이지 갈무리> |
하지만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여전히 해당 중개망 사용 효용도가 낮다고 지적한다. 한 전문기관 소속 회계사 A씨는 "거래소가 어떤 취지에서 이 시스템을 만들었는지는 알지만 효과는 크지 않다"고 평했다. 그는 "사이트에서 보는 물건 정보가 제한적이라고 느껴질 때가 많다"며 "M&A를 중개하는 입장에서는 '시간'이 굉장히 중요한 자산이기 때문에 짧은 시간내 보다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기존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물건 탐색을 하지 M&A 중개망만 들여다보는 이들은 없다"고 전해왔다.
또다른 전문기관 소속 관련 업무 담당자 B씨 역시 "어느 회사 오너가 '너희 회사 팔려고 내놨다며?' 이런 소리를 듣고 싶어 하겠냐"며 "실제 중개망에 매도물건과 매수물건의 물량 차이가 2배 가량 나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풀이했다.
그는 또 "M&A의 경우 비밀유지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신뢰관계를 갖고 있던 회계법인이나 법무법인을 통해 진행하고 싶어하는 회사들이 대부분"이라며 "실제 M&A 시장에서 중개망을 활용하는 사례는 약 10%도 안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제도의 취약점도 있다. 상장기업의 경우 매수 물건을 탐색하거나 최대주주 지분 매각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해도 공개적으로 M&A 중개망에 해당 물건을 등록하는 게 사실상 어렵다는 점이다.
상장 기업의 M&A는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경영사항 중 하나다. 때문에 관련 내용 공시전까지는 관련 정보에 대해 비밀 유지가 필수적. 하지만 중개망에 관련 정보를 올렸을 경우 몇몇 전문기관과 일부 기업들끼리만 정보를 공유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궁극적으로는 상장기업들의 참여가 활성화 돼야 스타트업(Start Up) 기업의 자금 조달과 모험자본 선순환 체계 마련이라는 목적의 달성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거래소가 한 쪽으로는 기업의 중요 경영사항에 대해 비밀을 유지하라고 하면서 다른 한 쪽으로는 정보 접근에 제한을 둬 일부끼리만 이를 공유하는 모순된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소·벤처 상장기업이 물건, 특히 자사 매도 물건을 올리는 것이 비현실적이란 얘끼다.
아직 M&A 중개망의 성과를 평가하기는 이르다는 의견도 일부 있었다. 실제 M&A 계약이 체결되기까지 짧게는 2~3개월, 길게는 1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거래소 관계자는 "기업을 인수하기 위해선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슈퍼에서 물건을 사듯 계약 체결이 바로 이뤄지지는 않는다"며 "중개망 활성화를 위해 꾸준히 홍보를 하고 있고 앞으로 M&A 인프라를 지원하고 M&A가 활성화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