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은 "출자전환 법적 근거있는 자율협약" vs 산은 "시간없다"
[뉴스핌=이영기 기자] 대우조선해양이 회생하느냐 여부는 자본확충에 달려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의 주요 채권자이자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이를 놓고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산업은행은 자본확충에 긍정적이며, 수출입은행도 이에 동참해야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수출입은행은 출자전환 참여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출자전환의 법적 근거가 있는 자율협약을 추진할 것을 주장한다. 그렇지만 자율협약을 추진하기엔 시간이 촉박해 산업은행이 쉽게 받아드릴 수 없다.
10월 24일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거행된 인도네이사 잠수함 진수식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우조선> |
2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완전 자본잠식에 빠진 대우조선의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자본확충을 추진한다.
세부방안은 이달말 경 발표될 전망이지만 국책은행의 채권을 출자전환한다는 방침은 정해진 상태다.
자본확충 시기는 내년 2월로 예정돼 있다. 대우조선은 이를 위해 정관 개정 임시주주총회도 소집한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일정이 다가옴에 따라 산은과 수은 간에 출자전환 참여여부와 출자규모를 두고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당초 채권단은 산은이 1조60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으로 대우조선의 부채비율을 500%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소낭골' 인도 지연으로 1조원 내외의 현금유입이 늦어지고, 수주가 급감해 출자전환 규모를 늘려야할 필요성이 생겼다.
산은 관계자는 "수주물량 급감 등 대우조선의 내년 경영상황이 더 불투명해져 수은의 출자전환 참여와 규모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9조원대 여신을 보유한 최대 채권자 수은이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해 대우조선에 대한 4조2000억원 지원은 산은 2조6000억원, 수은 1조6000억원으로 구성됐다. 이 중 산은의 1조6000억원, 수은의 1조1000억원이 출자전환 대상이 될 것으로 IB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 수은 "출자전환의 법적 근거 있는 자율협약 추진해야"
반면 수은은 출자전환은 '한국수출입은행법(수은법)'에 근거가 없다며 난색을 표한다. 명확한 법적근거 없이 출자전환에 참여하면 나중에 책임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도 없다. 지난달 정부로부터 1조원의 자본 확충을 받아 겨우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을 높여놨는데 출자전환에 참여함으로 이 비율이 낮아지는 것도 부담이다.
수은은 늦은 감이 있지만 출자전환의 법적 근거가 있는 자율협약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은 관계자는 "법률적인 근거가 없이 출자전환 하는 것은 감당하기 어렵기보다는 불법"이라며 "성동조선이나 STX조선처럼 자율협약을 실시하면, 합당한 출자전환이 가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국책은행간 줄다리기는 정부가 구체적인 방안 제시로 마무리될 전망이다. 앞서 지난해 4조2000억원을 대우조선에 지원할 때도 결국 정부가 조율했다.
한편, 이날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은 사내 소식지를 통해 "인적 구조조정 등을 딛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일거리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면서 "지금의 상황에서 경쟁에라도 참여하려면 자본확충 등 회사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존 2020년까지 완료하겠다던 우리 자구계획도 2018년까지 압축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즉 모든 임직원이 뼈를 깎고 피를 토하면서 자구계획을 철저하게 그리고 신속하게 이행해야만 한다"고 당부했다.
대우조선은 전날 자구계획에 포함된 서울 다동 사옥 매각을 완료했다. 매각대금 약 1700억원은 이달 중에 현금수령할 예상이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