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한두달 전 비해 조선사 RG발급 여건 크게 개선"
[뉴스핌=김연순 기자] 조선업황 악화에 따른 부담으로 한동안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을 꺼려왔던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보증에 나서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로 사실상 국정이 올스톱된 상황에서 은행권이 위기에 몰린 '조선사 구원투수'로 등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7일 금융권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은 지난 4일 신한은행으로부터 유조선 2척에 대한 RG를 발급받는 데 성공했다. 지난 2일엔 삼성중공업도 지난달 수주한 유조선 3척에 대한 RG를 국민은행으로부터 발급받았다.
왼쪽부터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대우조선 옥포조선소. <사진=뉴스핌 DB> |
RG는 조선사가 주문받은 배를 제때 건조하지 못하거나 중도에 파산할 경우 금융회사가 선주에게 선수금을 대신 물어주겠다고 보증하는 것을 말한다. RG가 발급돼야 수주 계약이 성사되며, 발급이 지연되면 최악의 경우 계약이 취소될 수 있다.
그간 은행권은 조선업황 악화로 인해 RG 발급을 꺼리거나 기존 한도를 축소해왔다. 이에 따라 조선사들은 수주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현대중공업 계열 조선 3사(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역시 지난 5월 자구계획을 제출했지만 RG 발급에 어려움을 겪은 대표적인 경우.
조선사 RG발급에 물꼬를 튼 건 지난 9월이다. 현대중공업은 8월 초 그리스 선주로부터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2척을 수주했지만 한 달 반 가까이 RG 발급을 받지 못했다. 농협은행의 거부로 두 달 가까이 실마리를 찾지 못하던 현대중공업에 대한 RG 발급은 채권단의 새로운 가이드라인 제시 끝에 수출입은행과 하나은행이 반반씩 분담하는 방안으로 해결됐다.
이후 RG발급은 기본적으로 채권단 가이드라인에 따른 순번으로 진행되지만 이전과 비교해 사뭇 분위기는 다르다. 은행들이 순번에 상관 없이 자발적으로 RG발급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신한은행의 RG 발급은 내부 논의를 통해 자발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은행 심사부 관계자는 "조선업 밀집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위한 따뜻한 금융을 실천하고 현대중공업계열 조선 3사의 실적개선 추세 등을 고려해 현대삼호중공업이 지난달 유럽에서 수주한 유조선 2척에 대해 분담 순서에 상관없이 자발적으로 RG발급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자발적으로 나서면서 조선사에 대한 RG발급 여건이 한두달 전보다 많이 개선됐다"면서 "(지금도 RG발급 순번에 따라 진행되지만) 수출입은행 등에서 내규에 따라 안맡는 부분에 대해 다른 은행이 받아주면 가져가는 것인데, 실적 여건이 좋아진 영향도 있고 현대중공업 신용도가 많이 회복됐다는 뜻이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 고위관계자는 이어 "삼성중공업은 별도의 가이드라인 없이 기업측이 (RG발급을) 진행하고 있고, 특수선박의 경우 순번에 관계없이 기업측에서 협의해서 발급을 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현대중공업 계열도 연말까지 (RG발급이) 순탄하게 진행되면 가이드라인 없이 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중은행들이 자발적으로 RG 발급 분담에 적극 나서면서 조선사의 RG 경색이 빠르게 해소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