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시, 풍부한 유동성+높은 공모가+저렴한 상장비용 강점"
[뉴스핌=서양덕 기자] 중국 기업들이 자국 기업공개(IPO)의 높은 벽에 막혀 유동성 높은 한국 증시를 대안으로 주목하고 있다. 더욱이 국내 증권사들의 활발한 중국 기업 유치 분위기가 더해지며 중소형 민영기업을 중심으로 한국 증시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중국 기업들은 주로 풍부한 유동성, 상대적으로 높은 공모가, 저렴한 상장 비용 등을 한국 증시의 장점으로 꼽는다. 코스닥에 상장한 한 중국기업 관계자는 “기업입장에선 PER(주가수익비율)가 높이 나오는 시장을 찾는 것이 유리하다”며 “중국 기업이 한국 증시에서 평균적으로 적용받는 PER는 11배 정도로 홍콩(8배)보다 높다”고 전했다. PER이 높으면 공모가도 보다 높게 책정되는 게 일반적이다.
수수료를 포함해 상장에 드는 전체 비용도 홍콩, 싱가포르 등 여타 아시아 국가에 비해 한국이 최대 10분의 1수준으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싱가포르의 경우 주관사가 중국 상장 기업의 지분까지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 타이완은 중국과의 정치적 분쟁으로 현재 중국 기업의 자국 증시 상장을 금지한 상태다. 일본 역시 중국 내 반일 감정 악화로 기업들이 일본 증시 상장을 꺼려하는 분위기다.
중국 기업 관계자는 “중국 내 반일감정은 격한 상황으로 중국 기업의 해외 증시 상장에도 상당부분 영향을 미친다”며 “정서적으로 가까운 한국 시장을 두고 굳이 위험요소를 안으면서까지 일본 상장을 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유로 중국 중소형 민영기업들은 한국 증시를 상장 희망 지역으로 꼽는 경우가 많았다.
다만 국영기업이나 알리바바와 같은 대형 민영기업들은 기업 상징성, 투자자 규모 등을 고려해 대부분 뉴욕이나 홍콩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일부 아시아권을 제외하고는 호주 증시가 한국 증시 규모와 비슷하다”면서도 “산업 특성상 화장품, 헬스케어, 전기차 부품 관련 중국 기업들은 한국 상장이 유리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기업들이 한국 상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또다른 이유는 자국 IPO 심사 절차가 까다로워 대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 있다. 중궈왕(中國網 중국망)에 따르면 이달 20일 기준 중국 IPO 대기물량은 629개다. 금융당국의 IPO 승인 속도가 더딘 상황에서 당국이 대기 물량을 모두 소화하려면 기업들은 최소 6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 IPO 시장 상황이 열악한 가운데 국내 증권사들도 중국 기업 유치에 박차를 가하며 힘을 보탠다. 국내 기업에 비해 해외 기업 IPO 수수료가 높아 증권사 입장에선 수익성 측면에서 해외 기업 IPO를 외면하기 어려운 현실도 있다.
<자료=한국거래소> |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3개 중국 기업이 코스닥 상장을 추진 중이다. 현재 신한금융투자, 유안타, 신영, IBK, KB, 메리츠, 유진, NH투자증권이 중국 기업들의 코스닥 상장 준비 절차에 들어가 있다.
문구류 사업을 하고 있는 중국 헝셩그룹의 경우 해외 증시 상장 추진 과정에서 신한금융투자와 접촉한 후 코스닥 상장 방향으로 뜻을 굳혔다. 회사 관계자는 “당초 많은 가능성을 열어두고 해외 증시 상장을 타진중이었다”며 “이 과정에서 신금투를 만나 많은 얘기를 나눈 후 한국에 상장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기업들의 상장 심사를 관리하는 한국거래소도 중국 기업들의 국내 상장을 적극 환영하는 분위기다. 거래소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국내 시장 수요에 맞는 업종의 중국 기업들도 하나둘 나오고 있다"며 "중국 기업의 국내 상장에 대해 굳이 반대할 입장은 아니다"고 말했다.
물론 중국기업들의 국내상장후 신뢰가 추락한 경우도 있었다. 지난 2011년과 2016년 국내에 상장한 중국고섬과 중국원양자원은 각각 분식회계와 허위공시로 파문을 일으켰다. 이에 대해 거래소 측은 "지금까지 나온 여러가지 문제점을 치유하면서 나온 규제가 지금의 시스템으로 정착됐다"며 "내부적으로 매년 중국 기업들을 심사하는 데 있어 점검할 포인트를 항상 업데이트하면서 해오고 있다"고 답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시장 반응이 중국 기업에 대해 긍정적이면 감독 기관들의 태도도 다소 부드러워지고 반대일 경우 규제가 강해지는 분위기"라며 "작년 6개 중국 기업이 상장을 하면서 제도적으로는 안정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서양덕 기자 (sy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