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도, 확률적으로도 인덱스펀드가 액티브펀드 앞질러"
[뉴스핌=김선엽 김지완 기자] "펀드 가입자는 자신의 펀드가 10개 중 1~2등 하기를 기대하고 들어간다. 하지만 펀드를 고르는 눈이 아주 탁월하지 않는 한 당연히 평균적으로 5등을 할 수밖에 없다. 설사 1~2년 정도 순위가 높다 해도 시간이 지나면 중간으로 수렴한다."
구자종 한국투자증권 해외영업부 차장은 매력적인 해외 상품을 국내 투자자에게 소개하는 업무를 담당하는데, 그의 카탈로그에 액티브펀드는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비싼 수수료를 지불하는 액티브펀드에 가입해서는 평균적으로 인덱스펀드에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덱스펀드는 패시브운용전략 펀드의 대표적인 펀드로, 펀드매니저가 재량껏 종목을 담는 액티브펀드와 달리 코스피200 S&P500 등 지수를 추종한다
인덱스펀드에 투자하면 전체 100명 중 16등은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구 차장은 통계적으로 이를 설명한다.
구자종 한국투자증권 해외투자영업부 차장 /김학선 기자 yooksa@ |
예컨대 해외에 투자하는 글로벌 액티브펀드의 기대수익률은 연 평균 5%다. 세계 경제의 명목상승률이 그 정도기 때문이다. 3년 누적으로는 15%다. 다시 말해, 특정 펀드의 3년간 누적수익률이 15%라면 100개 중 50위다.
또 만약 아주 운이 좋아서 그의 펀드의 3년 누적수익률이 20%로 평균을 웃돈다면, 이 펀드의 순위는 16위 정도다. 전체 펀드들의 수익률이 정규분포를 따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수수료를 차감하기 전 성적이다. 해외주식형 액티브펀드의 총보수 비용은 연 1.77%로 3년이면 총 5%다. 즉 특정 펀드가 16등을 했다고 하더라도 총보수(5%)를 떼고 나면 실제 수익률은 평균(3년 누적 15%) 수준으로 밀려난다는 의미다.
반대로 수수료가 극히 저렴한 인덱스펀드에 가입할 경우를 생각해보자. 평타만 쳐도, 즉 100명 중 50등만 해도 최종순위는 올라간다. 다른 수수료 비싼 펀드들의 최종 수익률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구 차장은 "50등을 한 인덱스펀드(수수료가 없다고 가정)와 16등을 한 액티브펀드의 최종수익률이 동일하다"며 "비용을 줄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가장 효율적이란 의미"라고 설명했다.
‘펀드 고르는 것이 주식 종목 고르는 것만큼 어렵다’는 것을 아는 투자자라면, 속편하게 인덱스펀드를 선택하는 것이 정신건강이나 수익률 관리 측면에서 모두 낫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최근 글로벌 자산시장에서 액티브펀드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역사적 연구 결과도 이를 입증한다. 미국 S&P는 1997년 이래로 1년에 두 차례 S&P지수와 액티브펀드 지수를 비교하는 SPIVA(S&P Indices Versus Active)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1년간 전체 84.62%의 펀드매니저가 지수보다 낮은 수익률을 거뒀다.
바꿔 말해 지수에 투자하면 100명 중 16등은 한다는 결론이다. 구 차장의 통계분석과 흡사한 수치다.
그는 "일시적으로 수익률이 좋았던 액티브펀드도 투자기간이 늘어나면 평균 수익률로 수렴하게 된다"며 "거기다가 매년 높은 운용보수를 지불하고 나면 순위가 뒤로 밀리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주식형 펀드 중 최근 1년 수익률 상위 10개 펀드. 녹색이 ETF, 파란색이 인덱스펀드다. <자료=에프앤가이드> |
국내 출시된 해외펀드의 실제 성과도 마찬가지다. 수익률 상위 10개 북미주식형펀드 중 1개를 제외하고는 모두 인덱스펀드가 차지했다. 그 가운데 7개가 수수료가 거의 없는 상장지수펀드(ETF)였다. 수수료가 비싼 액티브펀드는 모두 순위권 밖이다. 수수료가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2015년 기준 국내주식형펀드와 해외주식형펀드 수수료는 각각 1.16%와 1.77%다. 반면 인덱스펀드 수수료는 0.6%였다. ETF는 0.3% 정도다.
구 차장은 정보비대칭이 줄어드는 미래일수록 이런 경향이 심화될 것이라고 본다. 그는 "아무리 뛰어난 매니저도 미래를 예측할 수 없고, 예측할 수 있는 미래는 이미 가격에 반영돼 있다"며 "IT혁명으로 정보비대칭 정보도 대부분 해소됐기 때문에 초과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추가적인 비용을 지불한 액티브가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