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고객 리스크 줄이는 각종 옵션에 부동산 매입가 상승
기관 대상 IB들 "매입가 지나치게 높아 버블 초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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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우수연 기자] 소액으로도 투자 가능한 부동산 공모펀드 투자가 최근 허용되면서 투자형 부동산 시장에서 개인고객들이 새로운 수요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다만 리테일 시장의 뜨거운 열기 속에 투자형 부동산 가격이 일부 왜곡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시장에 새로운 수요가 유입되면 가격 상승은 당연한 수순일 수 있지만, 소위 '선수(기관)'들에게 외면받던 물건이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말 기준 부동산펀드 설정액은 47조1300억원이다. 최근 3년 사이 두 배 가량 늘었다.<그림 참조>
판매잔액 기준 작년말 개인투자자들의 부동산펀드 투자는 1조2401억원으로 지난 2년전에 비해 30% 가량 증가했다. 부동산 공모펀드에서 개인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73%(6805억원)에 달했으며, 사모펀드 시장에서도 비슷한 규모인 5596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집계됐다.
◆ IB업계 "개인투자자들, 6% 짜리 빌딩을 4%에 투자하는 셈"
IB 업계에선 이미 국내 시장에 가격 왜곡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기관들이 철저한 검증을 통해 적정가격을 형성해 놓으면, 이후 운용사들이 리테일 수요를 기반으로 더 높은 가격에 부동산을 사간다는 것.
즉 개인투자자들은 기대수익률 연 6% 짜리 건물을 비싸게 매입해 연 4% 수익률을 받게 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기관들이 버린 딜(Deal)이 개인투자자 수요만 믿고 더 비싼 값에 팔리고 있다"며 "개인들은 4% 이상의 수익률만 돼도 만족하니 리테일에선 비싸게 사서 4% 정도만 맞춰줘도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그 딜들은 적어도 6-7%는 받아야 정상인 물건"이라고 전했다.
A 운용사 대체투자팀장도 "기관들끼리는 워낙 서로 시장 상황에 대해 잘 알기에 리스크요인을 근거로 가격을 깎고 매도자는 방어하면서 가격이 결정되는데, 개인들은 이 같은 과정없이 만들어진 상품에 대해서만 투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며 "IB쪽에서 시장가격 왜곡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할만 하다"고 말했다.
전세계적으로 금리상승 기조가 임박한 가운데 기관들은 국내 부동산 투자를 고민하는 반면, 개인들의 부동산펀드 열기는 뜨거워지기 시작한 점도 우려스럽다는 반응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IB들의 영업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황규완 대신증권 연구원은 "예전부터 부동산 투자를 해오던 기관투자자들이 볼 때는 현재 부동산 가격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 지금도 투자를 고민하는 시점인데, 리테일 쪽에서 물건을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덥석 물어가니 기관IB들이 고객(기관)을 찾고 상품을 만들어내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 IB vs 리테일, 부동산 공모펀드에 대한 시각차 '뚜렷'
반면 리테일 업계는 지금같은 저금리 기조에서 개인들의 부동산 투자에 대한 니즈는 '거스를 수 없는 물결'이라고 항변한다. 특히 공모상품의 경우 개인 위주로 판매하기 위해 최대한 리스크를 낮추는데 주력해야 하고, 여러가지 옵션을 붙이다보니 밸류에이션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앞선 황 연구원은 "부동산 공모펀드가 절차상 허용이 되지 않아서 그동안 출시가 되지 않았을 뿐 내부적으로 수요가 상당히 있고, 일부 VIP 고객 대상으로는 이미 사모를 통해 투자를 진행해왔다"며 "새로운 수요자가 생기면 가격이 오르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했다.
부동산 공모펀드를 만드는 운용사들은 개인투자자 대상으로 출시하는 상품의 경우 훨씬 조건을 만들어내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이 같은 노력과 비용을 감안해 적정한 밸류에이션을 측정했다는 것이다.
유덕현 이지스자산운용 개인투자팀장은 "장기 마스터리스(장기임차 계약) 조건을 옵션으로 한 건물들은 가격에 차이가 있고, 임대상승률 조건 등 각종 옵션을 붙인 것을 감안해 밸류에이션을 측정한다"며 "개인 대상 펀드는 앞으로 판매사의 평판과 직결되기 때문에 진행 요건이 훨씬 까다롭다"고 강조했다.
앞선 A운용사 대체투자 팀장은 "운용사 입장에선 공모펀드 판매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구조가 단순하고 안전한 상품 위주로 선별한다"며 "PB들이 설명하기 쉬운 구조로 돼있으면서도 임차인이 하나로 구성된 상품이 공모 대상에 오르는 특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IB쪽에선 최근 출시되는 공모펀드의 부동산 기초자산 매입가격이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한다. 또한 만기 시 매도가가 매입가보다 낮아질 경우 손실은 그대로 개인들이 감내할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불안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앞선 IB업계 관계자는 "펀드 만기 시 부동산 매도가가 손실 구간에 들면 기관들은 만기 연장을 하며 가격이 올라올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 하지만 수백 명에 달하는 공모펀드 가입자들은 현실적으로 연장이 불가능하다. 부동산은 디폴트만 안나면 만기 때 원금이 보장되는 채권이 아니다. 철저하게 시장논리에 따라 만기 가격이 결정되는 자산임을 숙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뉴스핌 Newspim] 우수연 기자 (yes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