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화'에서 '변화와 혁신하는 은행'으로 도약
[뉴스핌=김나래 기자] "IBK기업은행,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거래할 수 있는 은행입니다." "기업은행에 예금하면 기업을 살립니다." "기업이 살아야 일자리가 늘어납니다."
IBK기업은행은 1961년 설립 이후 51년간 풀지 못했던 숙제를 5년 만에 풀었다. 기업은행이라는 이름 때문에 생긴 '기업만이 거래할 수 있는 은행'이라는 편견을 어떻게 벗어나는가 문제였다. 이를 단번에 풀어준 구원투수가 바로 '송해 선생님'이었다.
뿐만 아니다. 송해 씨의 '기업은행에 예금하면 기업을 살립니다'의 말은 불황에도 젊은이에게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주고 싶은 '애국심'으로 다가왔다. 방송인 송해 씨도 이 광고를 통해 '국민 할배'로 자리잡았다.
송해 씨를 모델로 발탁한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은 퇴임 후 자신의 30년 은행원 삶을 기록한 자서전을 펴내면서 책 제목을 '송해를 품다'로 정했다. 우정과 감사의 표시이다.
이렇게 기업은행을 한 단계 높여놓은 방송인 송해 씨가 이달 말로 5년간 맺어왔던 기업은행과 광고계약을 종료한다.
기업은행은 17일 송해씨와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하고 새 광고모델에 배우 이정재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송씨의 계약은 당초 지난해 말로 종료됐지만 행장이 교체되는 시기여서 임시로 3개월 연장한 바 있다.
2012년 당시 다른 은행의 광고에는 장동건, 이승기, 고수 등 당시 젊은 스타들이 등장했다. 하지만 '송해 효과'는 그들을 압도했다. 송해 씨 덕에 중장년층·남녀노소를 아우르는 기업은행이 됐다.
기업은행에 따르면 수도권 20~59세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실시한 은행광고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최초 상기도(은행 광고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정도)는 IBK기업은행은 31.7%로 1위(KB금융과 공동)를 차지했다.
또 광고메시지 전달 측면에서도 '국민 모두의 은행, 누구나 이용, 일자리 창출'의 단어를 연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송해 효과는 실적 증가로도 이어졌다. 광고 시작 후 석달만에 예금액 900억원, 6개월만에 1219억원이 늘었다. 그 이후 4년간 송해효과는 계속 이어져왔다.
이번 광고모델 교체를 두고 김도진 기업은행장도 많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김 행장은 홍보를 아우르는 전략기획 그룹장으로 3년간 송씨와 광고를 함께 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취임 2개월만에 결단을 내렸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최근 금융시장의 변화에 맞춰 스마트하고 앞서가는 은행 이미지를 대변하고 강하고 탄탄한 은행의 ‘변화와 혁신하는 은행’의 이미지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업은행의 광고 프레임이 그동안 대중적임을 강조했다면 이제 변화·혁신으로 강렬한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김도진 호(號)의 과제가 남았다. 디지털금융, 비대면채널, 핀테크 등의 업무의 변화와 글로벌 사업 등 금융 트렌드를 은행에 어떻게 담아내느냐가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5년 만에 광고모델을 새로 변경하는 것은 과감한 개혁의 시도를 하겠다는 의지"라며 "다만 광고 이미지 뿐 아니라 은행의 개혁 이미지와 트렌드를 담아낼 수 있는 준비가 됐느냐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김나래 기자 (ticktock03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