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자, 9만원대부터 '매도' 포지션
[뉴스핌=김양섭 기자] 이달 초 6만원대에서 최근 14만원대까지 올랐던 안철수 테마주 '안랩' 주가가 고공행진을 멈췄다. 안랩 시가총액은 한때 1조4000억원을 넘기도 했다. 주로 개인투자자들끼리 매매공방을 벌이며 주가를 올려놨지만 외국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들도 간혹 '매수' 포지션을 취했다.
안랩 최근 1년 주가 추이 <자료=네이버증권> |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4일 안랩 주가는 전일대비 25.62%(3만7000원) 하락한 10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가파른 상승세는 지난달 15일 7% 오름세를 보이면서 시작됐다. 22일과 28일 2거래일을 빼고 계속 올랐다. 종가 기준으로 최고점을 찍은 것은 지난달 31일 14만7300원. 좀 더 길게 보면 지난해 6월 4만원대부터 올랐다. 지난달 중순 본격적으로 급등 시세가 나오기 전까지 수개월동안 4만~6만원대에서 박스권 장세를 보여왔다.
급등세를 연출하기 시작한 지난달 15일 이후 수급 주체별 움직임을 보면 급등 초기 국면 개인투자들은 오히려 '매도' 포지션을 잡았다. 16~17일 이틀간 개인들은 각각 18억원, 13억원씩 순매도한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순매수를 보였다. 주가가 10만원대를 넘어서자 개인들은 대량 매수에 나섰다. 기관투자들은 6~7만원대에서 지속적인 매수를 보이다가 9만원을 넘어서자 명확한 매도 포지션을 취했다. 외국인투자자는 이 기간동안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는 행태를 보였는데, 방향은 개인투자자들과 반대였다. 11만원~13만원대 구간을 보인 이틀동안 개인들은 각각 51억원, 34억원 순매수를 보였고 외국인은 각각 52억원, 30억원 순매도를 나타냈다. 최고점을 찍었던 지난달 31일 개인들은 73억원 순매수했다.
가파르게 오르는동안 누가 이득을 봤을까. 통계를 보면 테마주에 투자했던 대부분의 개인들은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난다. 올해초 거래소가 작년 9월부터 11월까지 큰 폭으로 오른 정치 테마주 16개 종목을 분석한 결과, 개인투자자 비중은 97%로 이 중 손실계좌 비율은 73%에 달해 10명 중 7명은 큰 손실을 본 것으로 집계된 바 있다. 실제로 이처럼 주가가 급등해도 큰 이익을 본 개인투자자들이 많지 않다는 것을 통계가 시사해준다. 테마주를 주로 투자한다는 개인투자자 A씨는 "일반적으로 작은 시총, 적자 구조 등 이른바 '잡주' 성격을 가진 주식들이 보통 테마를 타는 것과 달리 안랩같은 정상적인 기업 주가가 이렇게까지 가는건 다소 예상을 벗어난 이례적인 케이스라고 본다"면서 "실제로 주가를 끌어올린 '주포'나 급등하기 전부터 보유하고 있던 사람들 아니면 제대로 먹은 사람이 없을 것 같다"고 전해왔다.
주가가 7만원대로 오르자 고객에게 매도를 추천했다는 한 증권사 PB는 고객의 핀잔을 들어야 했다. 그는 "과열됐다는 생각에 매도를 추천했는데, 테마를 타고 주가가 한참 더가게 되니까 '실력이 그것밖에 안되느냐'는 식의 핀잔을 준 사람도 있다"면서 테마주 대응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최근 테마주들 가운데 '대장' 성격을 보였던 안랩이 빠지면서 테마주 전체 시세가 하락했다. 대선 테마주들은 대체로 성격이 대비되는 주식들이 엇갈린 시세를 보이는 경향을 보여왔지만 이날은 대부분의 테마주들이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안철수 관련주로 거론된 써니전자, 엔피케이 등이 20% 안팎으로 빠졌고 문재인 관련주로 거론된 우리들제약, 고려산업 DSR 등도 19~27% 하락세를 보였다. 이를 두고 개인들이 많이 모인 주식 커뮤니티에선 테마주 시세가 '끝났다' 또는 '쉬어가는 것이다' 등의 설전을 벌이는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4일 안랩의 저점은 오후 3시 14분 기록된 마이너스 28.03%다. 하한가를 찍지 않고 막판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25% 하락세로 마감했다. 여전히 '먹을게 있다'고 여긴 투기수요가 유입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최근 안랩이 급등세를 시작한 3월 15일부터 4월4일까지 개인은 61억원 순매수,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79억원, 13억원 순매도를 보였다.
3월15일~4월4일 안랩 투자자별 매매 현황 <자료=키움증권HTS> |
[뉴스핌 Newspim] 김양섭 기자 (ssup82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