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균 대변인 "국방백서 표현 그대로 이해"…북한 주민과 정권 분리
[뉴스핌=이영태 기자] 국방부는 20일 대통령선거 토론과정에서 논란이 제기된 '북한=주적(主敵)' 개념에 대한 공식 입장으로 국방백서에서는 '주적'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국방부가 올해 초 발간한 '2016 국방백서' 표지. |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국방백서에서 규정하고 있는 적의 개념을 묻는 질문에 "국방백서 표현 그대로 '북한 정권과 북한 군은 우리의 적'이다 그렇게 이해를 하면 된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2004년 국방백서에서 '주적' 이라는 단어를 삭제한 뒤 공식적으로 사용을 하지 않고 있다. 북한 주민과 '북한 군'을 분리해 북한 군과 북한 정권만을 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문 대변인은 1990년대 사용했던 '주적'이라는 개념과 현재 국방백서의 '북한 정권과 군은 우리의 적이다'라는 표현의 차이점을 묻는 질문에는 "지금 이 문제가 정치권에서 일부 논란이 되고 있는데, 백서에 나와 있는 표현대로 이해를 하면 되겠다"며 "더 이상 거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며 논란 확산을 경계했다.
'북한=주적' 논란은 전날 KBS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유승민 자유한국당 후보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북한이 우리의 주적인가"라고 물으면서 촉발됐다.
문 후보는 "유 후보도 대통령이 되면 남북 간 문제 풀어가야 될 입장이다. 필요할 때는 남북정상회담도 필요하다. 국방부가 할 일이지, 대통령이 할 일이 아니다"고 답했다.
이에 유 후보는 "정부 공식 문서(국방백서)에 북한이 주적이라고 나오는데 국군통수권자가 주적이라고 말 못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졌고, 문 후보는 "내 생각은 그러하다. 대통령이 될 사람이 할 발언이 아니라고 본다"고 거듭 강조했다.
팩트는 무엇일까? 유 후보가 주장한 '북한이 주적'이라는 표현은 1995~2000년판 국방백서에 나오는 내용이다. 당시 국방백서는 국방목표에 "외부의 군사적 위협과 침략으로부터 국가를 보위한다 함은 주적인 북한의 현실적 군사위협뿐만 아니라…"고 표기했다.
당시 국방백서는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백서에 외교적으로 부적절한 '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됐다. 미국의 경우 4년마다 발간하는 <국방정책 검토(QDR) 보고서>에서 테러집단을 '지속적 위협'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대만 <국방보고서>도 중국을 적이 아닌 '가장 심각한 위협'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후 2000년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는 등 남북관계가 변화 국면을 맞으며 김대중 정부는 2002년 12월 발표한 '1998∼2002 국방정책'에 '북한은 주적'이란 개념을 언급하지 않았다.
국방부도 2005년 2월 초 발간된 '2004 국방백서'에서 북한은 '주적'이란 표현을 삭제하고 대신 "직접적이고 가장 주요한 위협"이라고 표현했다.
국방부가 올해 초 발간한 '2016 국방백서'는 제2장 제2절 1항(국방목표)에서 "북한의 상시적인 군사적 위협과 도발은 우리가 직면한 일차적인 안보위협이며 특히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사이버공격, 테러 위협은 우리 안보에 큰 위협이 된다. 이러한 위협이 지속되는 한 그 수행 주체인 북한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다"고 명시했다. 북한과 북한 주민이 아닌 정권과 군만을 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은 공식, 비공식적으로 주적이라는 용어를 안 쓴다"며 "'주' 라는 수식어 없이 북한 정권 자체를 적으로 규정한 것만으로도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표현을 한 것이라는 판단해 주적 대신 적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태 기자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