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 늘고 승인율도 상승..."봐주기 심사는 신뢰성 훼손"
생보협회는 "다양한 분야 심사위원이 평가"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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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이지현 기자] 보험업계에서 배타적사용권은 일종의 특허권이다. 새롭게 개발된 상품을 다른 회사들이 베끼지 못하도록 일정 기간을 정해 독점적으로 판매하도록 하는 것.
하지만 배타적 사용권이 남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심사를 신청하면 대부분 획득하기 때문. 또 일부 상품은 기존 상품은 크게 다르지 않아 심사가 제대로 이뤄졌느냐는 비판도 받고 있다.
20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19일까지 신상품심의위원회에 접수된 배타적사용권 신청은 9건이었다. 지난 2015년과 2016년에 각각 6건·9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신청이 크게 늘었다.
손해보험업계도 마찬가지다. 손보업계 배타적사용권 신청은 지난 2015년 6건, 지난해 10건에서 올들어서는 벌써 7건에 달했다.
업계에선 지난 2015년 말 보험상품 및 보험료가 자율화되자(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 보험사들이 신상품 개발에 적극 나선 결과라고 설명한다.
배타적사용권 신청 건수뿐 아니라 승인율도 함께 늘었다. 생보업계의 배타적사용권은 지난 2015년 6건 신청에 3건이 승인(승인율 50%)됐으나 지난해엔 9건 중 8건이 승인됐다(88.9%). 올해들어선 9건 신청한 것 중 심의가 완료되지 않은 5건을 제외한 나머지 4건은 100% 승인됐다.
보험사들의 상품개발 능력이 개선된 것이라고 볼 수 있지만, 배타적사용권 심사가 느슨해졌다는 비판도 있다. 배타적사용권을 받은 일부 상품은 기존 상품과 크게 다르지 않고, 심지어 다른 보험사 상품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올해 배타적사용권을 받은 알리안츠생명의 실적배당 연금전환특약은 실적배당 급부 방식을 체증형과 부부형으로 다양하게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신청 사유로 들었다. 하지만 체증형과 부부형 연금 수령 방식은 기존 연금 상품 다수에 사용하는 방식이다.
또 업계 최초로 보증비용 없이 최저연금이 보증되도록 했다는 점도 내세웠다. 하지만 알리안츠생명은 이미 지난 2015년부터 ‘파워밸런스변액연금보험’ 등 최저보증수수료가 없는 상품을 출시한 바 있다. 결국 자기 회사 상품을 복제한 셈이다. 그런데도 배타적사용권을 신청해 6개월 독점판매권을 인정받았다.
알리안츠생명 관계자는 "이번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한 실적배당연금 최저보증은 기존의 연금적립금 최저보증과는 다른 구조로 구현된다"면서 "실적배당연금의 체증형과 부부형 역시 공시이율형 연금상품에 도입되는 것과는 다른 노하우가 요구돼 이를 인정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CI(중대질병) 보험으로 배타적사용권을 받은 교보생명도 마찬가지다. 보험사들은 이미 2000년대 초부터 보험 가입자를 위한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를 CI보험에 접목시켰다는 점을 들어 3개월 배타적사용권을 받았다. 더군다나 교보생명은 배타적사용권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헬스케어서비스 제공 대상과 지원 횟수를 줄였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있던 상품을 조금 개정 출시해 배타적사용권을 받는 경우들도 있고, 구조를 뜯어보면 다른 회사 상품과 유사한 상품을 출시해 사용권을 받는 사례도 있다"면서 "배타적사용권이 특허권이 아니라 상품 홍보를 위한 마케팅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간혹 신상품심의위원회에서 배타적사용권 승인이 거부돼 재심의에 들어간 경우가 있는데, 생보업계의 경우 재심의 이후 배타적사용권이 100% 승인됐다"면서 "똑같은 상품으로 다시 심의를 받아 승인을 받다보니 배타적사용권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지는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생보협회 측은 "배타적사용권을 심의하는 신상품심의위원회는 업계 관계자 2명, 학계 2명, 소비자단체 1명, 보험개발원 1명, 협회 1명으로 구성된다"면서 "전문가들과 더불어 다양한 분야의 심사위원들이 평가하는 체계이기 때문에 단순 홍보를 위해 사용권을 부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지현 기자 (jh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