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하락, 세입 감소·금리 인하·국채 수요 감소에 환전수요까지
[뉴스핌= 이홍규 기자] 최근 6개월 동안 글로벌 주요 통화 가운데 최고 랠리를 펼친 러시아 루블화에 단기 차익 실현 기회가 찾아왔다고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전망했다.
2일 자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최근 6개월 간 달러 대비 루블화 가치는 13% 올라 31개 주요국 통화 가운데 최대 절상폭을 나타냈다. 그러나 노무라와 소시에테제네럴 등은 해외 투자 수요 감소와 유가 하락, 기업들의 배당금 지급 요인으로 루블화 강세가 부분적으로 되돌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웨덴 투자은행 SEB는 연말까지 루블화가 9% 하락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달러/루블 5년 추이 <자료=블룸버그통신> |
이들 기관은 우선 국제유가와 루블화의 비동조화를 원인으로 꼽았다. 올해 유가는 10% 가량 하락했지만 루블화 가치는 고금리를 노린 캐리트레이드(Carry trade) 매수세에 의해 지지됐다.
그러나 노무라는 이 같은 비동조화로 러시아 석유 수출 기업들의 순이익이 타격을 받을 수 있으며 정부 재정 수입 역시 감소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노무라는 루블화로 환산한 브렌트유 평균 가격이 현재 정부가 예산에 설정한 최소 기준을 밑돌고 있다면서 "이는 루블화가 약해질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리 인하 전망도 약세 전망의 배경이 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AML)와 소시에테제네랄은 중앙은행이 물가안정 목표 4% 달성을 위해 오는 오는 16일 정례회의에서 50bp(1bp=0.01%포인트)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지난 회의 때 러시아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50bp 인하한 바 있다.
해외 투자자들의 국채 수요도 루블화 약세 전망이 제기된 요인 중 하나다. 지난 1분기 해외 투자자들은 2880억루블 규모의 루블화 표시 국채(OFZ)를 사들였다. 그러나 4월 비거주자(non-residents)들의 OFZ 매입 규모는 150억루블로 줄었다. 러시아 재무부는 최근 3주 연속 국채 입찰에서 수요 부족으로 발행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러시아 국영은행인 스베르방크에 따르면 올해 러시아 기업들의 배당금 지급 규모는 1조1000억루블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되는데, 이 중에서 상당한 금액이 달러화로 환전될 것이라면서 이는 과거보다 많은 금액이라고 예상했다.
러시아의 미국 및 유럽 선거 개입 의혹에 따른 서방의 제재 강화 가능성도 루블화 약세를 전망하게된 이유로 꼽힌다.
한편, 5일 세계은행(WB)은 러시아의 올해 내년 경제성장률을 1.3%, 1.4%로 전망했다. 1월 전망보다 각각 0.2%포인트, 0.3%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