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이후 첫 국회 상임위 '호된 신고식'
이채익 "신고리 원전 가봤냐" 날선 질의
[세종=뉴스핌 최영수 기자]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취임 이후 국회 첫 신고식을 호되게 치렀다. 신고리 원전에 직접 가보지도 않고 '5·6호기 일시중단'의 당위성을 주장하다가 혼쭐이 난 것.
백운규 장관은 2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출석해 취임 이후 첫 현안보고에 나섰다.
지난 청문회 때 크게 긴장했던 것과는 달리 야당 의원들의 송곳 질의에 준비된 답변을 읊어가며 적극 대응했다. 특히 '탈원전'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대목에서는 청문회 때 보지 못했던 자신감도 엿보였다.
◆ 원전 현장도 안 가보고 '시대정신' 주장하다 된서리
하지만 백운규 장관은 '신고리 저격수'로 불리는 이채익 자유한국당 의원(울산 남구갑) 앞에서 어설픈 주장을 펴다가 혼쭐이 났다.
신고리 5·6호기 일시중단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원들에게 "절차상 문제가 없다"며 시대정신(탈원전)을 거듭 강조하자 신고리 원전 인근이 지역구인 이채익 의원이 질의에 나섰다.
26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과 이인호 차관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
이채익 의원은 "신고리 5·6호기 현장에 한번 가봤냐"고 돌직구를 날렸다. 백 장관이 "죄송하다. 멀리서만 봤다"며 어설픈 답변을 내놓자 호된 질책을 이어갔다.
그는 "저는 그(신고리 원전) 근처에서 태어났고 40년 넘게 살아왔다. 저만큼 많이 아는 사람도 아마 없을 것"이라며 "현장에도 한번 안 가본 사람이 무슨 시대정신을 얘기하느냐"고 따져물었다.
그러자 자신있게 탈원전의 당위성을 주장하던 백 장관은 고개를 떨구고 한동안 답변을 하지 못했다.
◆ 불안한 국회 데뷔…"정무적 판단부족 아쉬워"
신임 장관이 국회 첫 데뷔에서 고개를 들지 못하고 혼쭐이 나자 산업부 안팎에서는 실망감이 적지 않다. 백 장관이 임명장을 받자마자 최대 현안인 신고리 원전으로 달려갔어야 했다는 것.
하지만 산업부와 산하기관 직원들은 정무적인 감각이 부족한 교수 출신 장관을 바라보며 아쉬움을 달랠 수밖에 없었다.
26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상임위 시작 전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산업부 실무자들의 안일한 대응도 화살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취임 이후 첫 방문지로 신고리 원전에 가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제기됐지만 상임위 출석 준비에 급급한 나머지 미처 현장을 챙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남호 산업부 대변인은 지난 24일 브리핑에서 "장관의 첫 현장방문은 다음주 중에 전력수급 현장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무적인 판단이 떨어지는 교수 출신 장관과 산업부 실무자 모두 실기(失機)한 셈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백운규 장관이 임명되자마자 바로 신고리로 달려갔어야 했는데 아쉬운 점이 크다"면서 "교수 출신 장관으로 정무적인 판단이 다소 부족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