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팅앱 성매매 사건 계속 발생하지만... "관련 서비스제공자 단속·규제 법적 근거 없는 상황"
[뉴스핌=오채윤 기자] 성매매 연결방식이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으나 경찰 등 당국은 법적 처벌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수사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적장애아 하은이(가명)' 사건은 채팅앱을 통한 성매매의 실상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하은이는 지난 2014년 채팅앱에서 만난 6명의 남성에게 잇달아 성관계 등을 당했으나 1심 재판부가 하은이를 성매매로 규정, 패소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2심서 뒤집혔다.
올해 발생한 청소년 에이즈 감염자 사건도 가해자와 채팅앱으로 연결된 사건들이다.
11일 여성가족부가 최근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건만남 경험이 있는 청소년 대부분(55.8%)은 성매수자를 만나는 데 채팅앱을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성매매 알선에 사용된 휴대폰 <사진=뉴시스> |
실제로 채팅 앱은 대부분 성인인증은 고사하고 본인 인증 절차도 없이 손쉽게 가입할 수 있다. 또 상대방이 채팅방을 나가면 대화 내용이 모두 사라져 증거를 남기지도 않는다. 아동·청소년도 손쉽게 채팅 앱에 가입해 각종 범죄에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이다.
하지만 관련 수사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고, 채팅앱 운영자에 대한 수사나 단속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처벌 근거 없다"와 "의지 문제다"는 의견이 서로 상충하고 있다. 시민단체 측은 법령 적용은 경찰의 의지 문제라고 꼬집고 있다.
지난해 10월 10대여성인권센터 등 255개 여성·시민단체는 아동과 청소년을 성매매로 유인하고 있음에도 성인인증 절차 등 아무런 보호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모바일 랜덤채팅앱 7개의 사업자와 관리자 등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고발했다.
하지만 경찰은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사건을 배정받아 약 8개월간 업체의 수익구조와 성인인증 절차 시스템 등에 관해 수사를 진행했지만 혐의점을 적용하기 힘들다고 결론내렸다.
경찰 관계자는 "랜덤채팅앱에서 채팅방을 개설해 성매매 관련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고 해도 앱 운영자는 관여하는 게 없다"며 "성매매 장소 등을 소개해 주는 행위도 없었는데 앱 운영자를 처벌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현행법은 아동·청소년이용 음란물과 관련해서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를 처벌하고 있는 반면, 스마트폰 채팅 어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이뤄지는 성매매 알선 등에 관해서는 서비스제공자를 단속하고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공동 고소 고발인들은 “성매매를 유인·조장하는 앱에 대해 업체들만의 입장만을 근거로 판단하면서 면죄부를 준 것”이라며 “앱을 통해 '처벌 받지 않고 성 매수할 수 있다'라고 하면 성 매수자들이 활개를 칠 것이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관련 희생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지만 정부 당국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있는 실정이다. 이에 채팅앱의 성폭력 예방을 위한 규제 강화와 처벌 강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는 커질 전망이다.
[뉴스핌 Newspim] 오채윤 기자 (cha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