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느질 로봇 '소봇' 부드러운 직물 처리 난항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인공지능과 로봇을 앞세운 4차 산업혁명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기대가 높지만 로봇이 ‘사람 손’에 백기를 든 시장이 없지 않다.
의류 매장의 미국 쇼핑객 <사진=블룸버그> |
일본 유니클로부터 유럽의 막스 앤드 스펜서 등 유명 의류업체들의 생산 라인으로, 얇고 정교한 직물을 바느질하는 일이 로봇에게 풀기 어려운 난제로 지목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의류 업계는 기계가 생산직 인력을 대체할 것이라는 위협에서 적어도 당장은 자유롭다는 진단이다.
2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최근 홍콩 증시에서 4억9000만달러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실시한 의류업체 크리스탈 그룹은 생산 비용 감축을 위해 바느질 로봇을 도입했다가 다시 인력을 늘리는 실정이라고 보도했다.
또 이 같은 움직임이 전세계 의류 업계 전반에 걸쳐 번지고 있다고 전했다. 방글라데시와 베트남, 중국 등 신흥국의 인건비 상승에 대처하기 위해 주요 업체들이 로봇을 도입했지만 실제 바느질 솜씨가 형편 없다는 결론에 따른 결정이다.
앤드류 로 크리스탈 그룹 최고경영자는 FT와 인터뷰에서 “부드러운 직물일수록 로봇이 매끄럽게 바느질하는 일이 커다란 난제”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수년간 신흥국의 관련 인력을 매년 10 이상 늘릴 계획이다.
미국 업체 소프트웨어 오토메이션이 바느질과 로봇을 의미하는 단어를 합셩한 이른바 ‘소봇(Sewbot)’이라는 개발했을 때만 해도 의류 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끌었지만 성과가 기대치에 현저하게 미달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전세계 의류 생산의 3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의 인건비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로봇이 해결책을 부상했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하자 관련 업체들은 동남아 신흥국으로 생산직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로봇 제조업체인 소프트웨어 오토메이션 역시 로봇의 한계를 인정했다. 월마트와 미국 정부의 프로젝트 기금을 지원 받아 바느질 로봇을 개발한 이 업체는 인건비에 대한 경쟁력 하나만으로 시장을 장악할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비교적 단순한 업무에 해당하는 T셔츠 제작조차 로봇에 숙련된 기술을 주입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는 얘기다.
다만, 업체는 장기적인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앞으로 20년 후에는 로봇이 의류 생산 시장에서 25%의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