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근희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신흥 제약시장인 '파머징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동남아, 중남미, 중동 등 상대적으로 시장진입이 쉽고 성장성이 높은 나라에 진출해 해외 판로를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파머징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연평균 성장률이 3%에 그치는 내수시장에서 벗어나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다.
파머징 시장은 '제약(Pharma)'과 '신흥(Emerging)'을 합친 신조어로 제약산업 신흥시장을 의미한다. 중국, 인도, 러시아, 브라질, 이집트 등 총 17개국이 이른바 파머징 국가에 속한다.
최근 일양약품은 현지 제약사인 치노인을 통해 역류성 식도염 치료 신약 '놀텍'을 멕시코에 수출했다.
회사는 이번 수출을 계기로 중남미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치노인은 멕시코 외에도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코스타리카, 파나마, 온두라스, 니카라과이, 도미니카공화국, 파라과이, 볼리비아 등 총 10개국의 놀텍 판권을 보유하고 있다.
일양약품 관계자는 "중남미 등 파머징 시장의 경우 저렴하고 성능이 좋은 의약품에 대한 수요가 높다"며 "앞으로 중동 등 파머징 시장으로의 진출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양약품은 중남미 외에도 동남아, 러시아, 터키, 중동국가 등과 놀텍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도 파머징 시장 공략에 적극적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지난달 글로벌 제약사인 먼디파마와 혈액암 치료용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의 콜롬비아 내 유통·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회사는 또 올 상반기 콜롬비아에 중남미 국가를 담당하는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파머징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대웅제약도 올해 보툴리눔톡신(보톡스) 제제 '나보타'의 브라질과 이집트 수출계약을 마쳤다. 이외에도 보령제약, 동아제약, 녹십자 등이 파머징 시장에 진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세계 제약시장 22% 차지하는 파머징 시장, 매년 7~10% 성장
<자료=각사> |
파머징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만큼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의 시장 공략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파머징 시장은 2429억달러(약 259조원)으로 세계 제약 시장의 22%를 차지한다. 매년 7~10%씩 성장해 2021년 시장규모는 3450억달러(약 367조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파머징 시장의 경우 이제 막 의약품과 인프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이 높다"며 "선진 시장보다 판매허가를 받기 수월하다는 점도 국내 업체들에는 매력적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파머징 시장에 진출한 업체들은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
동아제약의 '박카스'는 캄보디아 에너지 드링크 시장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010년 42억원이었던 박카스 매출은 지난해 626억원에 달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보령제약의 고혈압 신약 '카나브'는 멕시코 고혈압 치료제 시장에서 3위에 올랐다.
셀트리온헬스케어가 2015년 콜롬비아에 출시한 첫 번째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램시마'는 출시 2년 만에 원조의약품 시장의 약 30%를 점유했다.
[뉴스핌 Newspim] 김근희 기자 (k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