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캔버스에 오크 프레임을 두른 작품들…회화·조각 이미지 동시에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환경과 어우러지는 작업을 원했다."
리안갤러리 서울에서는 '실버 페인팅'으로 해외 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신예 스타 제이콥 카세이의 신작 'Jacob Kassay'전이 지난달 10일부터 열리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작가 제이콥 카세이 2018.05.10 89hklee@newspim.com |
갤러리 벽에 설치된 제이콥의 작품은 흰색이다. 언뜻 보면 화이트 큐브와 한 몸처럼 보인다. 오크 프레임으로 작품의 형태를 만들었다. 회화인 듯 조각인 듯, 2차원과 3차원을 넘나드는 작품이 보는 이들의 흥미를 끌어낸다. 그렇게 제이콥 카세이의 작품은 보는 각도에 따라,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
제이콥 카세이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작품 하나하나를 보기보다 전체적으로 감상하면서 상상하고 호기심을 발견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었다.
갤러리에 작품을 관람하러 온 아이들이 ‘이게 그림이야?’라고 묻는다면, 답을 주기보다는 그들의 창의력을 끌어낼 수 있는 쪽을 택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Jacob Kassay_Untitled_JK559_2018_Acrylic on canvas, oak frame_125.4x126.4cm [사진=리안갤러리] |
리안갤러리로 들어온 제이콥 카세이의 작품은 모노크롬 회화다. 그가 미술계에 입문하고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펴낸 ‘실버 페인팅’ 역시 회화다. 사진 전공자인 그는 우연한 기회로 회화의 길에 들어섰고, 로버트 라이먼(Robert Ryman)의 작품을 접한 그는 회화 자체를 오브제로 보고 환경과 어우러지는 작업을 주로 하는 작가들과 자주 접했다. 그렇게 그의 작품 세계가 만들어졌다.
로버트 라이먼은 미국의 대표적인 추상작가로 하얀색 캔버스도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러면서 ‘백색화가’로 명성을 떨쳤다. 그렇지만, 로버트가 중요시 여긴 건 물성이다. 로버트 라이먼에 영향을 받은 제이콥 카세이 역시 물성에 초점을 맞춰 작업한다. 제이콥 카세이는 “색이 가진 고유의 캐릭터가 있다. 때문에 색에 치중하고 싶지 않다. 캔버스의 표면에 신경을 썼다”고 밝혔다.
Jacob Kassay_Untitled_JK566_2018_Acrylic on canvas, oak frame_125.4x138.1cm [사진=리안갤러리] |
제이콥의 작품은 '우연성'에 치중돼 있다. 관람객이 처한 환경에 따라 작품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우연성도 포함이다. (관람객의)보는 각도와 빛, 공간 등 여러 요소가 그림에 미치는 영향이 있다는 의미다.
그가 이번 모노크롬 작품을 하기 전 전념해온 ‘실버 페인팅’도 마찬가지다. 실버 페인팅은 전기 도금 기술이 필요하기에 매번 다른 작품이 탄생한다. 제이콥은 “사진을 현상해보면 찍은 대로 결과가 나온다. 하지만, 실버 페인팅은 콘트롤이 불가능할 정도로 우연성이 가미된 기법이다. 화학적인 변화가 일어나 콘트롤이 안되는 불규칙한 결과물이 작품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가 실버 페인팅에서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모노크롬을 탄생한 과정 역시 '우연'을 내포한다. 실버 페인팅 탄생 배경은 그가 자동차 공장에서 아르바이트하던 시절이다. 도색 과정을 보면서 색을 더하지 않았을 때 그 자체도 작품이 될 수 있다고 깨달은 그는 '실버 페인팅'이라는 회화를 구성했다. 2010년, 그가 실버 페인팅을 세상에 공개하면서 유명세도 얻었다.
제이콥은 “연이어 작업을 하니 의도적으로 이 작품과 같은 작업을 한 건 아니다. 전시가 있을 때마다 새 작품을 해왔다”며 “실버 페인팅과 이번 작업은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연장선 상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제이콥 카세이 개인전은 오는 26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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