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세대전쟁'... 알바 자리도 평탄치 않다
갈등만 부추기는 정부…전문가들 "구조를 바꿔야" 한목소리
[편집자주] 한국경제가 벼랑 끝에 서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 일자리 현황판까지 걸고 고용 창출을 외치지만 고용지표는 악화일로다. 미국발 무역전쟁이 확산되면서 경제 버팀목인 수출도 암운이 짙어지고 있다.그러나 정부는 일자리 생산주체인 기업에 활력을 주는 정책은 외면한 채 ‘소득주도성장’만 고집하고 있다. 경제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올바른 정책을 펴야 문재인 정부가 힘을 받고, 한국경제도 살아난다. 이에 뉴스핌은 현장 르포와 전문가 진단을 통해 경제 회생의 길을 찾는 [이제는 경제다] 시리즈를 연재한다.
[서울=뉴스핌] 윤용민 김준희 황선중 기자 = 50대 김모씨는 국내 굴지의 금융공기업에 다닌다. 30년을 지켜온 직장에서 은퇴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지만 대안이 없다. 조금이라도 더 있고 싶은 마음이다. 지금 그는 분당에 있는 40평대 아파트에 산다.
서울의 한 명문 사립대학을 나온 아들(31)은 2년째 공기업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집에서 용돈을 받아쓰는게 눈치가 보여 최근에는 고등학생을 상대로 과외도 하고 있다. 아버지 소유의 분당 40평대 아파트를 나가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날로 심각해지는 노인 빈곤과 청년 실업으로 인해 양질의 일자리를 놓고 아버지와 아들이 경쟁하는 세대간 일자리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대한민국을 '헬조선'이라고 푸념하는 젊은 세대는 일자리와 부동산 등 이미 모든 것을 갖고 진입장벽을 공고하게 쌓은 기성세대에 불만이 많다.
[이제는 경제다 시리즈]
2)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 "일자리와 복지에 과감히 투자"
4)野경제통 김종석 “최저임금 인상 대신 EITC로 물고기 잡는 법을”
10)기지개 켤때마다 반년씩 지나는데..일자리 터널에 갇힌 청춘
12)일자리 놓고 세대간 갈등 심화
13)자영업자의 눈물..내수 위축 그대로 둘건가
14)'규제 만능주의'에 갇혀 몸살 앓는 유통산업
15)골목상권 보호 법안...국회갔지만 ‘감감무소식’
김씨의 아들은 "성실히 살았고 흔히 말하는 좋은 대학까지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안정된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기가 참 어렵다"며 "제대로 된 일자리도 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결혼이나 출산은 정말 꿈같은 얘기"라고 말했다. 이어 "윗 세대들이 물러나 준다면 우리들에게 기회가 좀 더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아버지처럼 번듯한 아파트를 살 수 있을거란 헛된 상상은 하지 않는다"며 "연금제도도 그렇고 뭔가 사회가 잘못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버지 김씨는 이런 아들의 태도가 마뜩찮다. 그는 "우리 세대는 부모에게 받은 것이 전혀 없어도 잘만 취업했다"면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데 (아들이) 현실에 대한 불만만 가득하니 참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노소(老少) 갈등'은 아르바이트 등 시간제 일자리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취업준비생 배모(28)씨는 "알바를 하려고 알아보니 편의점이나 프랜차이즈 햄버거집은 이미 아줌마와 아저씨들로 점령돼 깜짝 놀랐다"며 "알바 자리 하나 구하는 게 이렇게 어려울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경기 안양에서 패밀리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김모(46)씨는 "젊은 사람보다 성실하고 결근도 적은 아저씨나 아줌마들을 쓰는 게 훨씬 낫다"며 "사실 일하는 요령이나 솜씨도 젊은이들보다 (중·장년층이) 훨씬 낫다"고 했다.
최저임금을 받는 아르바이트 자리에서조차 '세대간 일자리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올해 대폭 상승한 최저임금 역시 이같은 '세대 갈등'에 불을 붙이는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시중 은행을 중심으로 청년 고용 확대를 위한 '세대간 (일자리) 빅딜'을 들고 나오면서 오히려 세대 갈등을 키우고 있다.
4050세대 은행원들을 희망퇴직으로 최대한 내보내고 그 자리를 청년으로 채우겠다는 것이 이 정책의 뼈대다. 현장 반응은 떨떠름하기만 하다.
신한은행에 다니는 박모(33)씨는 "요즘은 많이 변했지만 그래도 은행원은 안정적인 '화이트칼라' 일자리의 상징 아니었냐"며 "저렇게 조금 나이들면 다 쫓아내겠다고 하면 누가 오고 싶겠냐"고 되물었다.
전문가들은 한정된 일자리를 두고 벌어지고 있는 세대간의 '제로섬 게임'을 끝내기 위해선 구조를 바꿔야한다고 진단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는 "이러한 비극을 끝내려면 결국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수 밖에 없다"며 "규제를 줄이고 노동의 유연성을 살려나가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재욱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성장이 고용을 담보하던 시대는 끝났다"며 "사회 전체가 고통을 분담하기 위한 세대 간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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