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거센 비난에도 골드만삭스는 관세 부담이 미국 소비자 지갑을 압박하기 시작할 것이란 논란의 전망을 굽히지 않고 있다.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메리클은 13일(현지시간) CNBC방송 '스콰크 온 더 스트리트'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 연구 결과를 지지한다"라며 "올해 4월 관세를 포함해 최근 관세 조치들이 2월 초반 관세에서 나타난 패턴을 따른다면, 올가을쯤 소비자가 전체 비용의 약 3분의 2를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12일)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를 겨냥, "새 이코노미스트를 고용하라"며 관세의 경제 영향을 부정적으로 본 당행의 분석가를 교체해야 한다고 압박하는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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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여성이 생활용품점 '달러트리'에서 식료품을 구입하고 있다. [사진=블룸버그] |
트럼프의 분노를 산 건 엘시 펭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가 지난 주말 작성한 보고서다. 이 보고서는 지금까지는 수출업자와 기업이 트럼프 관세의 대부분을 흡수했지만, 앞으로 몇 달 안에 그 부담이 소비자에게 옮겨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소비자가 전체 비용의 약 67%를 떠안을 경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핵심 물가 지표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이 연말에는 3.2%까지 오를 수 있다는 예측이다. 6월 근원 PCE 상승률은 2.8%였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직접적인 비판에도,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방송에 직접 나와 자신들의 분석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한 셈이다. 메리클은 "미국 내 생산 기업이 해외 경쟁에서 보호받게 되면 가격을 인상해 이익을 취할 수 있다"며 "이러한 추정치는 다른 많은 경제학자들의 연구 결과와도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관세에 따른 비용이 미국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것이란 전망은 골드만삭스만의 주장이 아니다. JP모간, UBS, PNC, BNP파리바 등 주요 월가 이코노미스트들도 관세가 물가 상승을 유발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한다.
JP모간은 관세가 국내총생산(GDP) 약 1%를 깎고, 인플레이션을 1~1.5%포인트(p) 높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UBS는 "관세가 소매가격에 반영되기 시작하면서 근원 인플레이션 하락세가 꺾였다"고 진단했다.
PNC는 "관세 비용이 소비자 가격에 전가되면 근원 PCE 물가가 몇 달 후 연준 목표를 웃돌 것"이라고 내다봤고, BNP파리바는 "물가상승 압력은 상품을 넘어 서비스 부문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펜시온 매크로이코노믹스는 관세 영향으로 근원 물가상승률이 연말 3.5%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까지는 관세 비용의 약 25%만 소비자에게 전가됐다면, 향후 몇 달에 걸쳐 더 빠른 속도로 핵심 상품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시장에서는 평균 실질 관세율이 올해 초 약 3%에서 최근 18% 수준까지 오른 것으로 보고 있다. 월가 대다수는 매월 0.3~0.5%p의 완만한 물가 상승세가 이어져 연말에는 연준 목표(2%)를 웃도는 3%대 중반의 근원 물가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한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