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신설 자문위원회서 개정절차 착수
동일 보험사 간 분쟁조정, 손보협서 가능
[서울=뉴스핌] 박미리 기자 = # 같은 차로에 있던 뒷차량이 갑자기 추월해 사고가 났다. 갑자기 끼어든 차의 잘못이지만 경찰과 보험회사는 앞차량 운전자에게도 20%의 기본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앞으로 이런 경우 앞차량의 과실은 인정되지 않고, 뒷차량의 과실 100%로 바뀐다. 다만, 앞차량이 진로양보의무 위반 등 과실이 없어야한다.
금융위원회는 11일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산정방법 개선' 계획을 밝혔다.
과실비율은 자동차사고가 발생한 원인, 손해 발생 등에 따른 사고 당사자 간 책임의 정도를 말한다. 그 동안 보험사는 손해보험협회가 교통사고 유형을 250개로 구분해 유형별 과실비율을 도표화한 '과실비율 인정기준'에 따라 자동차사고 과실비율을 산정해왔다.
하지만 보험사가 보험료 할증을 통해 수입을 늘리기 위해 일방과실을 쌍방과실 사고로 처리한다는 불만이 지속 제기됐다. 특히 차량 내 블랙박스가 보편화돼 확인이 용이해지면서, 과실비율 민원 건수도 2013년 393건에서 지난해 3159건(금융감독원)으로 급증했다.
이에 금융위는 피해자가 예측·회피하기 어려운 자동차사고를 가해자 일방과실로 하는 과실비율 인정기준 도표를 신설, 확대하기로 했다. 현 기준에서는 자동차와 자동차 간 사고에서 일방과실 적용 사례가 9개에 불과하다.
신설기준 예시안. 신설 자문위원회 심의과정에서 변경될 수 있음.[자료=금융위원회] |
예컨대 신호가 있는 교차로의 직진 전용신호에서 옆차가 무리하게 좌회전을 하면, 이전에는 과실비율이 30(직진):70(좌회전)으로 적용됐지만 이제는 좌회전 100%로 적용된다. 동일차로 뒤에서 주행하던 차가 근접거리에서 앞차를 추월하다가 추돌해도 마찬가지다.
자전거 전용도로, 회전교차로 등 변화하는 교통환경에 적합한 과실비율 인정기준 도표도 신설한다. 이 역시 자전거와 추돌사고가 난 자동차, 회전교차로 진입 자동차의 과실비율을 높이는 안이 거론된다.
위 개정안은 올 4분기 신설될 자문위원회에서 만들게 된다. 금융위는 법조계, 학계, 언론계, 소비자단체 등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통해 신뢰성, 사회적 공감대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기존에는 학계에 연구용역을 맡겨 감수를 한 뒤 개정해왔다.
아울러 금융위는 자동차사고 분쟁조정 절차도 개선하기로 했다.
현재 과실비율에 불복하는 당사자는 손해보험협회 내 '구상금분쟁심의위원회'에서 분쟁 조정을 해야한다. 하지만 동일 보험사 간 사고, 50만원 미만 소액사고는 대상에서 제외돼 법원 소송을 해야했다. 이제는 해당 사고도 손해보험협회를 통해 분쟁조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과실비율 인정기준 개정을 통해 보험산업의 신뢰가 제고될 수 있고, 사고 원인자에 대한 책임성 강화를 통해 교통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며 "소비자의 편익을 제고하고 소송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도 기대한다"고 밝혔다.
milpar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