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흔들었던 댓글조작 사건, 노 의원의 투신으로 결말
현실정치 간과한 도덕성 경쟁..정치자금법 개정 목소리도
[서울=뉴스핌] 김선엽 기자 = 시작은 단순했다. 청와대와 여당을 향해 가짜뉴스와 가짜댓글을 쏟아내는 세력을 잡아내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정작 경찰 조사 초반 걸려든 것은 여당 당원이었다. 그리고 이는 결국 드루킹 사건으로 확대됐고 상반기 내내 정치권을 뒤흔들더니 결국엔 진보정당의 간판스타를 죽음으로 몰아 넣었다.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23일 서울 중구의 한 아파트에서 투신 사망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정치권은 참담한 표정을 숨기지 못 하고 있다.
노 의원의 발밑을 파고든 정치자금 수수 의혹의 시작은 공교롭게도 가짜뉴스로부터 시작됐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드루킹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받아온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투신 사망한 23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고인의 빈소가 마련되어 있다. 2018.07.23 yooksa@newspim.com |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은 올 초 가짜뉴스대책단을 출범시켰다. 선거 때마다 가짜뉴스, 흑색선전 등으로 홍역을 치른 경험 때문이다. 김일성 가면,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뉴스 등에 악성 댓글이 급속하게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올 초 민주당 댓글 조작·가짜뉴스법률대책단이 의심스러운 댓글 조작 아이디를 경찰에 신고했는데 경찰이 붙잡은 이들 중 3명이 엉뚱하게도 민주당 당원이었다.
이 가운데 주목을 받는 인물이 온라인에서 '드루킹'이란 별칭을 사용하는 김 모(48·남)씨, 바로 '드루킹'이다.
10년 넘게 온라인 정치 세계에서 이름을 날리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던 그가 붙잡히면서 댓글 조작이라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그가 김경수 당시 민주당 의원(현 경남지사)이 드루킹과 긴밀한 관계였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정치 공방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9일 간의 단식을 통해 드루킹 특검을 결국 관철시켰고 지난 6월 말 허익범 특검이 출범, 대대적인 조사가 시작됐다.
[서울=뉴스핌] 여야 5당 원내대표단이 지난 19일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 앞에서 손을 번쩍 들며 점프하고 있다. 가장 왼쪽이 노회찬 의원<사진=국회 방미 대표단 제공> 2018.07.20 |
드루킹 사건 초기부터 노 의원이 드루킹과 접촉했다는 의혹이 있었지만, 정치 브로커의 특성상 여러 정치인에 줄을 대려 했을 것이란 분석에 큰 주목을 받지 못 했다.
하지만 허익범 특검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노 의원이 2016년 총선 직전 5000만원 가량의 정치자금을 수수했고 그 전에도 수 천만의 강연비를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노 의원은 그 동안 드루킹의 요청으로 강연을 하고 소정의 강연료를 받은 점은 인정을 하면서도 수천만원의 정치자금을 수수한 것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하지만 특검의 수사가 좁혀지고 자신의 검찰 소환이 임박함에 따라, 자신의 뇌물수수 혐의가 정의당 전체를 수렁으로 빠트릴 수 있다는 판단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올 상반기 정치권을 뒤흔들었던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이 결국 노 의원의 죽음으로 귀결된 것을 두고 정치권은 참담함을 금치 못하고 있다.
세를 확장해야 하는 현실 정치의 특성상 각 종 브로커들에게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는 현실, 또 한편으론 금전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정당 정치인의 한계가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났다는 분석도 있다.
박동원 폴리컴 대표는 "우리 정치가 너무 도덕성 경쟁으로 지금까지 흘러오다 보니 본인과 당이 입게 될 타격에 대한 부담을 못 이기지 않았나 싶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또 이번 기회에 과도하게 돈줄을 틀어막은 정치자금법도 현실적인 수준으로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과도하게 정치자금을 축소시켰는데 정치를 하다 보면 돈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개인 후원금 규모 등 제한액을 우리도 풀어주고, 어떻게 쓰는가만 감시를 잘 하는 쪽으로 가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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