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4월 이후 8% 하락…원화·대만달러 5%·7% 내려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중국 위안화가 아시아 통화의 최대 위협으로 재부상했다. 올해 초 달러화 강세에 따른 신흥국 통화 약세에도 잘 견뎌냈던 아시아 통화들이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위안화 약세에 맥을 못추고 있다. 달러/위안 환율이 지난 2008년 이후 보지 못했던 7.0위안까지 올라(위안화 약세)갈 수 있다는 주장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가운데 한국 원화와 대만달러 등 아시아 통화 전망에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24일 블룸버그통신과 닛케이아시안리뷰에 따르면 최근 수주간 한국 원화와 대만 달러, 싱가포르 달러는 외환 시장에서 가장 취약한 모습을 연출했다. 올해 초 아르헨티나 페소화와 터키 리라화와 남아공 랜드화 등 신흥국 통화를 쥐고 흔들었던 달러화 강세에도 별다른 모습을 보이지 않던 통화들이었다. 다른 신흥국에 비해 경상흑자를 내고 있고 펀더멘털도 튼튼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달러/위안 스팟 환율 추이 [자료=블룸버그통신] |
하지만 한층 격해진 미중 무역전쟁으로 위안화가 약세일로를 보이자 얘기가 달라졌다. 지난 4월 이후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가 약 8% 떨어진 가운데 대만달러와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는 각각 5%, 6% 떨어졌다. 1050원 후반에서 거래되던 달러 대비 원화 가치도 1130원대로 7% 떨어졌다. 중국 수입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위협 수위를 높였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침내 중국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자 트레이더들이 대중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대만 등 아시아 통화들을 내던졌다.
미국의 관세 위협 지속과 경기 둔화 우려 속에 위안화 약세는 지난주 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통화를 안정적으로 유지토록 하겠다는 중국 외환 당국의 발언과 국영은행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약세를 지속했다. 여기에 지난 19일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 수입액 전체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재차 경고해 위안화 시장의 스트레스를 극도로 높여놨다. 1주일짜리 역위 위안화 내재 변동성은 5개월 만에 최고치로 뛰었다.
◆ 위안화만 바라보는 투자자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과 주요 교역국과 미국간 무역긴장으로 인한 달러 강세에 압박을 받던 아시아 통화들은 위안화 약세라는 이중고에 직면하게 됐다. 위안화 약세가 비단 미중 무역전쟁 공포뿐 아니라 신용 긴축과 경기 둔화 걱정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더 우려스럽다. 위안화 약세로 중국의 구매력이 줄어들면 한국과 대만 등의 수출 성장세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아시아 통화 투자자들이 위안화만 주시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13일 보고서에서 무역갈등이 호전되기보다 악화할 가능성이 높으며 원화와 대만달러 등 아시아 통화는 더 약화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미국의 관세 위협 대응과 경기 급랭을 방지하기 위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위안화 평가절하를 용인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선 달러/위안 환율이 2008년 이후 보지 못했던 레벨인 7.0위안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20일 달러/위안 환율을 2년 만에 최대폭으로 올려 고시한 인민은행은 23일 고시환율을 6.7593위안으로 8거래일 만에 절상 고시했다. 하지만 24일 인민은행은 고시환율을 작년 7월 11일 이후 최고치인 6.7891위안으로 결정했다. 미즈호와 노무라 전략가들은 달러/위안 환율이 7.0위안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위안화가 7.0위안선을 넘어가면 원화를 비롯한 아시아 통화 등 신흥 통화 시장에서 패닉 매도세가 펼쳐질 것이라는 경고가 제기된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의 가우라프 사롤리야 거시 전략가는 "최근 원화와 대만달러, 싱가포르달러는 위안화와 같은 궤적을 그린다"고 설명했다. 미즈호은행의 닐 존스 헤지펀드 세일즈 책임자는 인민은행이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이 더 높아(환율 수준)질 수 있다며 달러/위안 환율이 7위안으로까지 올라가면 우려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위안화 약세는 투자자뿐 아니라 아시아 중앙은행들도 주시하고 있는 부분이다. 위안화가 달러뿐 아니라 아시아 통화에 대해서도 약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22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통화 바스켓 대비 위안화 가치를 측정하는 '외환교역센터(CFETS) 위안화 환율지수'는 지난 6월초 이후 3% 하락했다. 해당 바스켓에서 아시아 통화의 비중은 41%다. 지난 6월까지 12개월 동안 이 지수가 5% 넘게 올랐던 것과 대조적이다.
아시아 중앙은행들 입장에서 자국 통화에 대한 추가적인 위안화 약세는 더 이상 용납하기 어렵다.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무역갈등과 위안화 약세 여파를 완화하기 위해 완화적인 통화 정책을 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뱅크오브몬트리올의 스티븐 갈로 통화 전략가는 신문에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에 변화를 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