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비판 다큐 <백년전쟁> 관련 1차 국민참여재판 기일
검찰 “전직 대통령 평가 하자는 것 아냐…사건만 보고 판단해달라”
피고인 측 “이 전 대통령이 독립자금 허투루 쓴 걸 말하고 싶었던 것"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고(故) 이승만 전 대통령의 성범죄 연루 의혹을 담은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의 제작진이 첫 재판에서 “역사적 인물과 독립운동의 본질이 무엇인가 고민한 것”이라며 명예훼손의 고의를 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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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 조성되어 있는 이승만 대통령 묘소 /이형석 기자 leehs@ |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김태업 부장판사)는 27일 오전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의 감독 김모(51) 씨와 프로듀서 최모(51) 씨에 대한 1차 국민참여재판 기일을 진행했다.
국민참여재판은 무작위로 선정된 만20세 이상의 국민이 형사재판에 배심원단으로 참여해 유죄·무죄, 양형에 대한 평결을 내리는 제도다. 법적인 구속력은 없지만 재판부가 배심원단의 평결과 다른 선고를 할 경우 그 이유를 명확히 밝혀야 하는 등 권고적 효력을 가진다.
이날 재판은 역사적 평가가 명확히 갈리는 인물에 대한 재판인 만큼, 양측이 팽팽하게 맞섰다.
검찰은 모두 진술 절차에서 “이 전 대통령은 1920년 ‘맨법(Mann Act)’ 위반혐의로 ‘기소’된 적이 없는데 피고인들은 이 전 대통령이 하와이에서 재판 받게 사정하고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갔다고 거짓 내용을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 측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하자는게 아니다. <백년전쟁>에 거짓이 있는지, 그 거짓을 피고인이 알았는지를 논하는 자리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호불호가 아니라 허위사실로 명예훼손피해를 입었는지 판단해달라”고 배심원단에 호소했다.
맨법이란 1910년 미국에서 처음 발효된 법으로, 배우자가 아닌 여성과 부적절한 목적으로 주의 경계를 넘으면 처벌받을 수 있는 법안이다.
이에 피고인 측 변호인은 “피고인들이 이 다큐멘터리를 왜 만들었는가가 명예훼손의 고의 여부 판단에 대단히 중요하다고 본다”며 “피고인들은 역사적 인물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독립운동가는 누구이며, 또 친일파는 누구인지를 고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변호인 측은 “피고인들은 이승만 전 대통령이 재미 조선인들로부터 독립운동 자금을 받아 이 돈을 어떻게 쓰는지 추적하는 과정에서 맨법 위반 혐의를 찾아낸 것”이라며 “하와이 농장에서 교포들이 일하면서 독립자금을 대줬는데 22살 대학생과 함께 열차를 타고 고급 레스토랑을 다니며 호텔에서 놀았다고 하면 과연 독립자금을 제대로 쓴 것인가를 말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명예훼손인지 배심원들께서 깊이 고민해달라”고 호소했다.
<백년전쟁>은 민족문제연구소가 지난 2012년 11월 제작한 다큐멘터리로, 이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 등을 친일파로 묘사하고 비판적으로 다뤄 논란이 됐다. 이에 이 전 대통령의 유족들은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이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지난 해 이들을 기소하면서 “맨법 부분은 허위사실임이 확인됐고, 피고인들이 허위라는 것을 인식한 상태에서 영상물 배포를 단행한 사실이 인정됐다”고 밝힌 바 있다.
다음 국민참여재판은 28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adelant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