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12일부터 3개월간 전시…전시실 벽에 설치물 전시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작가 양혜규가 10월12일부터 3개월간 프랑스 남부의 문화도시 몽펠리에에 소재한 라 파나세 현대예술센터(LA PANACÉE – MoCo)에서 개인전 '시공횡단'을 선보인다.
전시명이 암시하듯 이번 전시 '시공 횡단'은 각기 다른 장소와 시간대에서 유래하는 이질적인 요소들을 한데 엮은 혼성의 공간에 역점을 두고 있다. 특히 독일 출신의 그래픽 디자이너 마누엘 래더(Manuel Raeder)와 협업한 벽지 작업 '배양과 소진'(2018)을 라 파나세 현대예술센터의 전시실 전체 벽에 설치해 공간적 인식을 대대적으로 변형한다.
양혜규(b.1971) '시공 횡단' 전시 전경, 라 파나세 현대예술센터, 몽펠리에, 프랑스, 2018 사진: Marc Domage, 라 파나세 현대예술센터 [이미지 제공=국제갤러리] |
이 벽지 작업은 옥시타니아(Occitania) 문화 및 교육과 하이테크를 중심으로 융성하는 현 지역 산업에 대한 일차적 조사를 시작점으로 하되 서구에 살아남은 반기도교적 문화 및 민속에 대한 작가의 지속적인 관심의 발로라 할 수 있다. 양파, 마늘, 고추부터 의료 로봇, 그래픽적으로 변형된 녹지, 방울, 불꽃과 구름에 이르기까지 예측불허의 방식으로 배열 및 병치된 다양한 모티프들을 시간을 유동적으로 간주하는 작가의 관심을 반영한다.
'시공 횡단'은 라 파나세 현대예술센터의 3개 전시실을 점유한다. 첫 번째 전시실에서 조각 신작 '중간 유형-대롱대롱 덥수룩 포옹'과 '중간 유형-끌리는 덥수룩 포옹' '소리 나는 컴컴 환풍 이층 원동기-덥수룩 발' 3점을 선보인다.
두 번째 전시실에서는 양혜규의 매듭 공예 조각 연작과 '소리 나는 달' 연작이 조합된다. 표면을 놋쇠와 니켈로 도금한 방울로 뒤덮은 '소리 나는 반달' 연작 3점의 촉수 같은 방울 사슬은 바닥까지 길게 늘어진다. 달의 기울기를 연상시키듯 금색과 은색 방울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구획돼 문양을 이룬다. 단아하고 정적인 '소리 나는 반달'은 손으로 비틀어 돌리면 방울 소리와 함께 방울 촉수가 춤추듯 돌아가 그 생기를 드러낸다. 바로 옆에는 양혜규의 매듭 공예로 제작된 '마디진 주문' 역작 3점이 전시된다. 방울, 말린 열대 과일이나 모로코에서 온 빈티지 장식 등 다양한 장식적 오브제로 치장된 이 연작의 핵심은 매듭이라는 공예의 노동집약적 양상이다.
세 번째 전시실에서는 '중간 유형-달리는 갸름 두 색 부채 춤'과 '중간 유형-옥시타니아 떠돌이' 2점이 설치된다. 다양한 문화적 지형에 걸쳐 흔히 볼 수 있는 이교 혹은 민속 의식 절차를 연상시키는 '중간 유형' 연작은 각 조각의 재료와 배열을 통해 각기 다른 역학과 참조점을 떠올릴 수 있다.
이 밖에도 몽펠리에 라 파나세 현대예술센터는 양혜규의 미학 뒤에 숨은 작가적 의식을 엿볼 수 있는 전시 연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영화 상영과 강연, 윤이상(1917~1995) 작품 연주회, 오는 12월19일에는 양혜규 작가의 강연을 통해 그의 관심사를 관객과 공유하는 자리를 가질 예정이며 당일 전시와 동일한 제목의 출판물도 함께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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