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주요국 경제의 하강 기류가 뚜렷한 한편 인플레이션이 고개를 들면서 지구촌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져들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경기 불황과 물가 상승이 동시에 발생할 것이라는 얘기다.
중국의 성장 둔화에 이어 일본과 독일 경제가 3분기 후퇴한 것으로 나타나자 주요국 전반의 경기 한파에 대한 경고가 재점화됐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 있는 한 컨테이너 터미널에서 '중국 선적'이라고 쓰여진 선적컨테이너들이 쌓여있다.[사진=로이턴 뉴스핌] |
여기에 각국 인플레이션이 강한 소비가 아닌 비용 측면의 요인으로 인해 상승하는 상황은 투자자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세계 3~4위 경제국인 일본과 독일 경제가 3분기 연율 기준 1.2%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은 중국의 성장 둔화와 함께 지구촌 경제의 심각한 균열을 드러내는 단면이라는 데 투자자들은 의견을 모으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점화시킨 무역전쟁이 본격적인 충격을 가하기 시작했다는 의견과 함께 2020년 침체 리스크를 둘러싼 우려가 한층 증폭됐다.
스미토모 미츠비시 은행의 니시오카 준코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일본과 독일의 성장 후퇴로 인해 투자자와 기업의 경기신뢰가 저하되는 한편 소비 및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황은 세계 2위 경제국인 중국도 마찬가지. 투자 위축과 부동산 시장의 적신호, 여기에 고용과 제조업까지 한파를 내고 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정부가 민간 소비를 근간으로 관세 충격을 극복하는 한편 성장 동력을 회복하겠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 실정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경제가 상대적인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전망은 잿빛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에 따르면 월가 펀드매니저 가운데 33% 가량이 2020년 경기 침체를 점쳤고, 44%는 내년 성장 둔화를 예상했다.
팬턴 매크로이코노믹스의 이안 셰퍼드슨 이코노미스트는 워싱턴포스트(WP)와 인터뷰에서 “2020년 1분기 미국 경제가 전분기 대비 제로 성장을 보일 것”이라며 “침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골드만 삭스와 노무라는 최근 보고서를 내고 가파른 경기 하강 기류가 닥칠 것이라며 투자자들에게 적극적인 리스크 대응을 권고했다.
문제는 물가 상승이 성장 둔화와 맞물려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미 상무부가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연율 기준 2.5% 상승해 9개월래 최대폭으로 뛰었다.
지난달 비농업 부문의 시간당 평균 임금이 3.1%로 상승, 10년래 최고치를 기록하자 투자자들 사이에 인플레이션 경계감이 크게 고조됐다.
유로존 역시 최대 경제국인 독일을 필두로 3분기 성장률이 0.2%로 떨어졌지만 지난 4월 이후 인플레이션은 유럽중앙은행(ECB)의 목표치인 2.0%에 육박했다.
중국도 9월 소비자물가가 2.5% 상승해 7개월래 최고치를 나타냈고, 생산자물가가 3.6% 치솟았다. 강달러는 신흥국의 물가를 위협하는 요인에 해당하고, 국제 유가가 반등할 경우 인플레이션 상승 압박을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물가 상승이 탄탄한 소비 성장을 근간으로 한 것이 아니라 무역 마찰과 이에 따른 공급망 혼란에 따른 비용 측면에서 초래되는 상황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날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막대한 부채와 고용시장 여건이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촉발시킬 것”이라며 “이미 초기 신호가 포착됐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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