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그룹, '안정'에 무게둔 인사로 내년 불확실 대비
정부, 노조 눈치보기로 '규제 개선' 소원
[서울=뉴스핌] 백진엽 기자 = 국내 주요 그룹들이 연말 정기 인사를 통해 내년도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대한 인식을 드러냈다. 대부분 그룹들이 파격보다는 안정적인 인사를 단행,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 경기선행지수 [자료=OECD] |
7일 재계에 따르면 각 그룹 총수들은 당초 예상과 달리 '안정'에 무게를 둔 인사를 선택했다. 올들어 구광모 LG그룹 회장 취임,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승진 등 후계들이 전면에 나서면서 큰 폭의 연말 인사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대부분 그룹들은 사장단 변화를 최소화하고, 대신 새로운 임원 선임을 늘렸다. 이에 재계에서는 내년 이후 경영 환경이 불확실하다는 인식으로 인해 안정과 인재 육성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해석했다.
삼성전자를 보면 김기남 DS부문장 대표이사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한 것 이외에 사장단에서 큰 변화는 없다. 올해처럼 김기남 부회장, 김현석 CE(소비자 가전)부문장, 고동진 IM(IT, 모바일)부문장 체제가 지속된다. 아울러 과거에 비해 부진한 IM부문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노태문 IM부문 무선사업부 개발실장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SK그룹은 SK하이닉스, SK건설, SK가스, SK종합화화학 등 4개 계열사 CEO를 젊은피로 바꿨다. 하지만 전체 인사 폭은 지난해와 비슷하고, 주력 계열사인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의 CEO는 변함이 없다. 역시 안정에 무게를 둔 변화 기조 속에 세대 교체도 병행하는 형태의 인사로 해석된다.
구광모 회장 취임으로 큰 폭의 변동이 예상됐던 LG그룹은 외부수혈 등을 통해 혁신적인 모습은 보였지만 큰폭의 물갈이는 없었다.
조만간 나올 것으로 보이는 현대차그룹은 실적 부진 등으로 '쇄신'을 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SK나 LG그룹이 보여준 것처럼 필요한 부분만 바꾸고 변화는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나올 수 있다는 예상도 만만치 않다.
그룹들의 인사 방향에 대해 재계에서는 "내년도 국내외 경영 환경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어느 것 하나 좋다고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조직에 큰 변화를 주기는 리스크가 크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기업인들은 내년도 경제에 대해 '미국과 중국의 통상전쟁 장기화' '노조 중심 정책' '소득주도 성장의 성과 미흡' '정치적 갈등 심화' 등의 요인때문에 매우 힘들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대외적으로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고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대내적으로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우려' '탄력근로제 확대에 대한 노조의 반발' '노조 파업' 등을 가장 큰 악재로 꼽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경기나 고용 활성화를 위한 정책, 가령 탄력근로제 확대 등을 논의할 때 노동계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업들의 한숨이 더 커지는 이유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금처럼 각국이 자신들의 기업과 자국 경제를 위한 국가이기주의가 커지는 상황이면 우리 정치권도 이에 대비하려는 고민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기업들은 어떻게든 위기를 넘기기 위해 머리를 짜내고 있는데, 정부와 정치권은 기업들의 고민을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jinebit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