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윤석 메리츠화재 장기상품파트 과장
[서울=뉴스핌] 박미리 기자 = “너는 왜 자꾸 어려운 걸 가져와~!”
서윤석 메리츠화재 장기상품파트 과장은 지난해 펫보험 상품(펫퍼민트)을 제안한 뒤 꾸중 아닌 꾸중을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 펫보험 시장은 2007년 첫 상품이 출시된 이후 10년 동안 좀처럼 활성화되지 못했다. 반려동물에 대한 통계가 부족해 보험사는 위험한 상품을 만들어야 했고,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출 수 없어 외면을 받았다.
메리츠화재도 3년 전 펫보험 시장에서 실패했다. 이미 두 손 들고 뛰쳐나온 시장, 여전히 수익성을 장담할 수 없는 시장에 다시 도전하자고 하니 내부의 반대는 거셌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수습기자 = 서윤석 메리츠화재 장기상품파트 과장이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메리츠타워에서 뉴스핌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12.05 pangbin@newspim.com |
◆ 펫보험 시장 재도전…"두 번의 실패는 없다"
그럼에도 서 과장은 펫보험의 성공을 자신했다. 3살 보더콜리 ‘밤비’의 아빠로서,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은 무엇일지 고민했다. 그는 “과거에는 펫보험이 ‘위험하다’고 섣불리 판단하고 소비자 마음을 읽지 못했던 것 같다”며 “그렇게 되면 매력적인 상품이 나오지 않고 시장에 있는 상품도 안 팔리고 손해율은 올라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펫퍼민트는 미등록견도 가입할 수 있는 국내 최초의 장기 펫보험(만 20세) 상품이다. 서 과장은 “펫보험은 만 12세까지만 보장한다”며 “사람 나이로 60세에서 끊기는 거라 무엇보다 보장기간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고 말했다. 또 반려동물이 많이 앓지만 기존 펫보험 보장에서는 빠진 슬개골, 피부, 구강질환을 기본 보장하고 업계 최초로 보험금 자동청구도 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강력한 보장은 손해율에 대한 우려를 더 키웠다. 통상 펫보험 손해율은 20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서 과장은 “해외 사례를 지속적으로 제시했고, 수의사 등 초기 단계부터 전문인력을 충원해 전담팀을 꾸렸다”며 “소형견, 대형견으로만 위험률을 산출하는 기존 펫보험과 달리 5개 그룹으로 위험률을 산출하는 등 절차를 새롭게 바꿨다”고 설명했다.
시작은 순조롭다. 펫퍼민트는 시장에 4개월도 안돼 판매량이 6700건을 넘어섰다. 설계사 수수료는 기존의 4분의 1 수준인 데다 이렇다 할 프로모션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의미한 성과다. 서 과장은 “손해율 관리, 인지도 높이기 등 당면 과제가 많다”며 "재도전인 만큼 펫보험 시장이 다시 사장되지 않게 하는 대표 모델로 성장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가 목표하는 손해율은 100% 미만이다.
◆ 11년차 ‘보험맨’…상품개발 3분의 2
서 과장은 대학생 시절부터 보험인을 꿈꿨다. 그는 “대학 시절 보험학회에서 활동했고, 취준생 시절에는 보험회사에만 지원했다”며 “보험회사에서 일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즐거웠는지 모른다”고 회상했다.
그는 첫 직장인 AIA생명(구 AIG생명)에서 10년 동안 근무하다 지난해 메리츠화재에 장기TM 성장을 위한 멤버로 합류했다. 보험인으로 산 지도 벌써 11년째다. 그는 보험인 인생의 3분의 2를 상품개발자로 지냈다. 메리츠화재에 와서만 펫보험을 비롯해 장기TM용 치아보험, 간편심사 암보험 등 다양한 상품 개발에 참여했다. 특히 장기TM용 상품은 기존 손해보험 상품(통합보험 형태)보다 단순하게 만들어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서 과장은 “회사의 채널 육성, 리크루팅 등 모든 요인이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며 계면쩍게 웃었다.
그의 상품개발 팁은 일상에 있다. 펫보험 역시 견주로서의 아쉬움에서 시작했다. 서 과장은 “주로 개인적인 관심과 경험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뒤 해외 사례를 찾아 먼저 공부한다”며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사내 동료들과 생각을 공유하거나 회사에 제안한다”고 말했다. 과거 시도했다가 실패했던 아이템들도 좋은 재료 중 하나다.
상품을 만들 땐 ‘효용’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상품개발자로서 손해율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지만 두려움 때문에 상품을 소비자에게 멀어지게 만들면 손해가 없는 대신 이익도 없다고 생각한다. 과거 보험사들은 적극적으로 펫보험 상품을 개발하지 않았고 이익도 없었다. 소비자가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는 것이 우선이다”라고 서 과장은 힘줘 말했다.
지속적으로 새로운 결과물을 내놓아야 하니 스트레스도 제법 많을 터다. 서 과장은 “빛을 보지 못하는 상품이 생기면 어쩔 수 없는 경우여도 마음이 좋지 않다”며 “또 상품을 출시한 뒤 평가가 축적되는 시간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이럴 때 그는 강아지와 마당에서 뛰어놀면서 모든 근심을 날린다. 서 과장은 “생각을 잘 끊지 못하는 스타일”이라며 “강아지와 놀다 보면 생각에 쉼을 줄 수 있다”고 웃었다.
“비즈니스 디벨로퍼(Business Developer)를 꿈꾼다. 부서에 국한되지 않고 나의 역할을 주도적으로 확장해 나가면서 역량을 기르고 싶다.” 서 과장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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