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일본 정부가 유럽연합(EU)에 이어 'GAFA' 등 거대 IT 플랫폼 기업 견제에 나선다. GAFA는 미국의 대표 IT기업인 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을 이르는 말이다.
14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미래투자회의는 거대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방안 검토에 착수한다. 해당 내용은 올 여름 내놓을 '성장전략'에 담길 예정이다.
일본 정부가 규제에 나선 배경엔 GAFA 등 거대 IT 기업에 대한 불안이 자리한다. 이들 기업이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거래기업에 불이익을 강요할 수 있단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규제가 지나치게 강할 경우 기술 혁신이나 신흥 기업 성장이 저해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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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미래투자회의에 참석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플랫폼 기업에 대해 "거래관행의 투명성 확보 등을 위해 법이나 가이드라인 정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GAFA기업을 염두에 두고 구제적인 규제방안을 올 여름까지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열린 미래투자회의에서는 규제 기본원칙으로 플랫폼 기업이 거래처나 사용자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도록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구체적으로는 규제 '사령탑'으로서 전문가로 구성된 감시조직을 내각관방에 설치하기로 했다. 해당 조직은 플랫폼 기업과 개인·기업의 거래를 분석해 대응에 나선다. 앞서 거대IT 기업 규제에 나선 EU의 사례를 참고한 것이다.
또한 중요 거래조건을 계약할 때엔 제3자에게 일부를 공개하도록 거대 IT기업에 의무를 부담케 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플랫폼 기업이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거래처에 일방적인 요구를 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해서다.
GAFA 등 외국 기업에도 '통신의 비밀 보호'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최근 구글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이르면 내년에 관련법을 개정해 외국 기업도 규제대상에 포함시킬 방침이다.
◆ 규제 지나치면 신흥기업 성장 저해될 수도
일본 정부가 규제 검토에 나서는 배경엔 거대 IT기업이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상대기업이나 소비자에 부당한 요구를 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 기업이 거래를 통해 모은 개인정보의 사용처가 불투명하다는 우려도 높다.
경제산업성이 일본 기업 2000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기업의 95%가 플랫폼 기업과의 계약이나 거래 관행에 대해 "개선하고 싶다"고 답하기도 했다.
앞서 GAFA 규제에 나선 EU에선 올해 새로운 규제 법안이 성립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구글 등에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한 사례도 나왔다.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는 6월 오사카(大阪)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논의될 전망이다. 신문은 "일본이 G20 의장국인 만큼 국내 규제법 정비를 서둘러, 논의를 주도하고 싶은 것 같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규제가 지나치게 강할 경우, 새로운 기술·서비스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7월 경제산업성이 주최한 전문가회의에선 라쿠텐(楽天) 관계자가 "기술 혁신 저해요인이 되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해외 기업은 규제망을 빠져나가고, 일본 국내 기업만 대상이 되는 불상사를 막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는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신문 취재에서 "플랫폼 기업을 방치하는 상태가 계속되면 (이들 기업이) 시장을 과점해 새로운 기업이나 기술이 태어나질 않는다"며 "규제와 성장의 균형을 맞출 방법을 생각하겠다"고 했다.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