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지난 수년간 뉴욕증시의 최고치 랠리를 주도했던 IT 대형주가 월가 큰 손들의 공격적인 매도 타깃으로 전락했다.
헤지펀드 업계와 자산운용사들이 이른바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 모기업 알파벳)을 팔아치운 것.
페이스북과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로고 [사진=로이터 뉴스핌] |
뿐만 아니라 알리바바를 포함한 중국 IT 대형주에 대해서도 ‘팔자’가 봇물을 이뤘다. 월가 큰 손들의 IT 대장주 매도는 연초 강한 랠리를 연출한 뉴욕증시의 상승 동력이 꺾일 가능성을 예고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15일(현지시각)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억만장자 투자자인 조지 소로스가 이끄는 소로스 펀드 매니지먼트와 데이비드 테퍼의 아팔루사 매니지먼트가 보유 중이던 애플 주식을 지난해 4분기 전량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아이폰 판매가 한풀 꺾이면서 지난해 4분기 애플의 매출액과 순이익이 10년만에 처음으로 동반 감소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같은 기간 워렌 버핏이 지휘하는 버크셔 해서웨이와 행동주의 헤지펀드로 통하는 자나 파트너스도 애플 ‘팔자’에 동참했다. 양사의 매도 물량은 각각 300만주와 17만5000주로 집계됐다.
또 다른 억만장자 투자자 리온 쿠퍼만이 이끄는 오메가 어드바이저스는 페이스북 주식을 8만8000주 매도했고, 구글 모기업인 알파벳의 보유 물량 가운데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4만7600주를 팔았다.
서드 포인트는 넷플릭스의 보유 지분을 모두 매각한 한편 세일즈포스닷컴의 지분을 11만5000 가량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들은 중국 IT 대형주도 매물을 쏟아냈다. 자나 파트너스가 중국판 아마존으로 평가 받는 대형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 그룹 홀딩스 보유 물량을 털어냈고, 서드 포인트도 알리바바 주식을 전량 매도했다.
지난해 4분기 전세계 주식시장이 동반 급락한 한편 변동성이 치솟자 헤지펀드와 자산운용 업계가 리스크 축소에 무게를 실었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기업 이익 침체 경고 및 주요국 전반으로 번지는 실물경기 한파도 IT 성장주에 대한 투자 매력을 떨어뜨린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대형 운용사의 FAANG 비중 축소가 반갑지 않다는 표정이다. 매도가 지속될 경우 증시 전반의 상승 탄력이 꺾일 수 있기 때문.
헤지펀드리서치의 케네스 하인즈 대표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연초 투자 심리가 개선됐지만 매크로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며 “주식시장의 변동성 확대와 함께 하락 리스크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