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민평련 전문가 초청 국회 간담회서 밝혀
"美 비건 특별대표, '노딜' 책임 北에게 전가할 것"
"회담 결렬, 코언 청문회와 재수 없는 볼턴 때문"
[서울=뉴스핌] 노민호 기자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5일 ‘노딜’로 끝난 2차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 미국 측과의 공조도 중요하지만 북한 관계자의 얘기도 들어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전 장관은 이날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전문가 초청 간담회에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 본부장이 오늘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만난다고 한다”며 “비건은 (협상 결렬의) 책임을 북한에게 넘길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정 전 장관은 그러면서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로부터 설명을 들어야 한다”며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하고도 판문점에서 만나 비건 대표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무슨 얘기를 했는지 들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평련 주최 '2차 북미정상회담 평가와 남북경제협력 전망' 간담회에 참석해 강연하고 있다. 2019.03.05 yooksa@newspim.com |
◆ "트럼프, 코언 청문회 때문에 '이번에는 들고 가봐야 소용 없다' 판단 섰을 것"
비건 대표와 김혁철 대표는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전 평양과 베트남에서 만나 사전 의제 조율 등을 해왔다. 정 전 장관이 언급한 김영철 부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도 비건과 김혁철 간의 합의 사항을 최종 조율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정 전 장관은 아울러 마이클 코언 청문회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을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배경으로 꼽았다.
정 전 장관은 “일이 이렇게 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코언 청문회 얘기를 덮으려 했기 때문”이라며 “(지난달 27일) 김 위원장과 만찬을 하면서도 관련 보고를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밤사이 심경이 변해 ‘이번에는 못하겠다, 들고 가봐야 소용없다’라는 판단이 섰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전 장관의 지적처럼 외교가 안팎에서는 회담 결렬 배경으로 코언 청문회 이슈에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3일 트위터에 “북한과의 중요한 회담 때 야당이 청문회를 열어 사기꾼 코언을 인터뷰했다”며 “정상회담장에서 걸어 나오는데 영향을 줬을 수도 있다”고 언급, 코언 청문회 때문에 정상회담에 집중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하노이 로이터=뉴스핌] 권지언 기자 = 지난달 28일(현지시각) 2차 북미 정상회담 확대회담이 진행되는 가운데, 미국 측에서는 (왼쪽부터)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통역관, 미크 멀바니 백악관 참모 총장이 차례대로 앉아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있다. |
◆ "확대정상회담서 난데없이 볼턴이 앉아 있어...볼턴이 악역 맡았을 것"
정 전 장관은 또한 볼턴 보좌관을 언급하며 “한반도 문제에서 매우 재수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확대정상회담으로 넘어가는 장면을 보니 난데없이 볼턴이 앉아 있었다”며 “(북미 실무차원에서 만들어진 합의문 초안을) 자신들이 깨는 식으로 할 수 없으니 볼턴에게 악역을 맡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28일 북미 확대정상회담 당시 미국 측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그리고 볼턴 보좌관이 참석했다.
북측에서는 김 위원장과 김영철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이 자리했는데 ‘3+4’ 형식의 어색한 구도가 형성됐다. 회담 전 실무협의에서 자리 위치까지 미리 정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볼턴 보좌관의 배석은 ‘갑작스러운 결정’으로 평가됐다.
정 전 장관은 남북 간 경제공동체 구상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집권 후 북한 내에 22개 경제특구를 지정했다”며 “이 자리에 중소기업들이 들어가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장관은 또한 “경제 힘으로 북측의 코를 꿰어야한다”며 “서독·동독이 통일한 것도 20년간 1044억 도이치마르크에 달하는 현물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민심이 서쪽으로 넘어온 것”이라며 “1989년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린 힘”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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